[목멱칼럼]중앙·지방권력 교체, 경제혁신 기회 삼아야

by송길호 기자
2022.06.03 06:15:00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 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대통령선거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민간주도 경제를 주장하는 여당이 승리하였다.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은 여당으로 더 기울어진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정부의 규제에 눌려왔던 주요 기업은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하고, 5년간 1000조원 투자에다 일자리 30만개 이상을 창출한다며 환영했다. 이러자 윤 대통령은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을 풀어줌으로써 화답하자고 했다. 민관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다. 국제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이 커지고 경제안보의 불안도 커지면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강조되기에 더욱 그랬다. 이런 이치로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지방과 교육자치에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는 정책과 제도를 결정한다. 정치가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확대하는 정책으로 흐르면 경제성장에 기여를 하지만,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으로 나아가면 경제를 후퇴시킨다. 미국 하바드대학 경제학과의 필립 아지온 교수 등이 밝힌대로, 규제는 불신을 촉발하고 불신이 커지면 규제가 더 강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해 경제가 쇠퇴하기 때문이다. 신뢰는 경제발전의 기본 요소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케네스 애로우 교수는 가난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불신이 만연한데 있다고 했다. 개발도상국가와 선진국을 포함한 신뢰와 경제 성과의 관계에 대한 실증 연구들을 보면, 신뢰는 구성원들의 협력을 이끌고, 협력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만들어 성장을 촉진한다. 또 신뢰와 협력은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혁신을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국민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말한다. 정치가 규제 강화와 그 일환인 선심성 지출에 치우치면서 경제성장과 일자리가 급속히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뿐 아니라 개인이 정부나 사회로부터 받는 교육서비스, 고용서비스, 복지서비스 등에 대한 규제와 지출도 급증해왔다. 이러한 서비스는 사람의 창의력과 생산성 그리고 삶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규제가 과도하면 정부가 지출을 늘려도 효과가 작다. 정부의 재정지출은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고숙련 인력의 부족은 다른 나라보다 심각하다. 청년과 여성의 학력수준도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고용율은 가장 낮은 나라 중의 하나에 속한다. 복지지출도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지만 고령층의 빈곤율은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새로 출범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크다. 새 정부가 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정부지출이 많아지고 규제가 강화되어도 성과가 저조한 ‘정부의 역설’ 문제와 ‘규제의 역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관성이 붙어 정부가 재정지출을 계속 늘림으로써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든다고 거꾸로 갈 수 있다. 이보다 조금 낫지만 노동과 자본의 투입을 늘림으로써 경제성장을 회복하고 일자리문제도 해결한다고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 어떤 나라든 예외 없이 경제성장의 초기에는 노동이 그리고 어느 수준을 지나면 자본이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가의 여부는 기술 혁신은 물론 제도 혁신과 인적자본 혁신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혁신은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과 시장을 창출한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불안은 혁신을 주저하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만큼 세대간의 불신이 크다. 디지털 전환도 빠른 만큼 계층간의 불신도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려면 기업과 정부간의 신뢰와 협력 강화에만 그쳐서 안 된다. 개인과 정부, 개인과 기업, 개인과 개인으로 확대해야 한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의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는 고령화와 디지털 시대 이전부터 사회 불신이 큰 나라에 속한다. 불신은 사회적 경직성을 일으켜 국민의 잠재력은 떨어뜨리고 갈등과 대립은 키운다.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를 키워 경제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새로 출범한 중앙과 지방정부 정치인의 역사적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