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잡설] ‘1614만 7738표’ 이재명의 재도전

by김성곤 기자
2022.03.16 06:00:00

20대 대선 48.56% vs 47.83% 역대급 초박빙
지방선거 불투명한 전망에 이재명 역할론 ‘솔솔’
‘대장동 의혹·법카 리스크’ 숙제 풀어야
“정치를 끝내기에는 아직 젊다” 재도전 시사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대선도 마찬가지다. 승자는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패자는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다. 20대 대선은 두 정치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윤 당선인은 국민적 기대 속에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이 후보는 어느새 무대 뒤로 조용히 사라졌다.

윤석열 당선인 1639만4815표(48.56%) vs 이재명 후보 1614만7738표(47.83%). 개표 내내 피말리는 접전이었다. 결과는 종이 한 장이었다. 24만7077표(0.73%포인트) 차이였다. 87년 대선 이후 1·2위 후보간 최소 격차였다. 박빙대선이었던 97년 대선(김대중 40.27% vs 이회창 38.74%)과 2002년 대선(노무현 48.91% vs 이회창 46.58%)보다 더 치열했던 대혼전이었다.

3월 10일 새벽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대기 중이던 이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편으로 서울로 이동해 민주당사에 도착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 후보는 대선 패배를 시인하고 결과에 승복했다.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윤석열 후보님께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 이날 오후 선대위 해단식에서도 “이재명이 부족해서 패배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후보는 기나긴 자숙모드에 접어들었다.

민주당은 거대한 침묵에 빠졌다. 쇄신·혁신을 위한 질서있는 수습도 난항이다. 패배 원인 찾기와 책임론이 한창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3주 만에 실시되는 6.1 지방선거도 걱정이다. 대선 민심이 이어지면 민주당이 장악해온 지방권력 대부분을 잃는다. 압도적인 의회권력의 우위도 불안 요소다. ‘172석 무기’를 앞세운 과도한 견제는 ‘국정 발목잡기’라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이재명은 왜 졌을까?” 해석은 엇갈린다. ‘졌잘싸’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권교체 여론이 과반인 상황에서 선전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와 내로남불 이미지는 불가항력이었다는 인식이다. 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직설 비판도 나온다. 대장동 의혹 해소 실패는 물론 ‘소탐대실’로 불린 법카 리스크가 결정타였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후보 책임이 더 크다는 논리다.

대선 패장의 길은 보통 ‘재도전’이다. ‘재수·삼수’라는 와신상담을 선택한다. YS와 DJ가 대표적이다. 87년 대선 패배 이후 3당합당·정계은퇴 번복 등의 소용돌이를 거치며 제14대·15대 대통령에 차례로 올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입성 전에 경선패배와 대선패배의 아픔을 겪었다. 반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97년·2002년·2007년 세 차례나 도전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이번 대선의 조연이었던 ‘안철수·심상정·홍준표·유승민’ 4인방도 지난 대선의 패장이었다.

과연 이 후보의 선택은 무엇일까? 언제일지 몰라도 정치재개 관측이 압도적이다. 여권에는 마땅한 정치적 구심점조차 없다. 지방선거 전망도 극히 불투명하다. 남은 건 이 후보가 언제, 어떤 명분으로 복귀하느냐다.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6월 지방선거 역할론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출마 △2024년 22대 총선 출마. 최종 골인 지점은 역시 2027년 21대 대선이다. 물론 난제도 있다. 피바람이 불지라도 대장동 숙제를 풀어야 한다. 법카 리스크도 마찬가지다.

다시 대선 득표수다. 이 후보의 정치재개는 1614만여표를 어떻게 볼 것인가와 직결된 문제다. “물이 반이나 남았다 vs 반밖에 남지 않았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김대중(1032만여표)·노무현(1201만여표) 전 대통령과 문재인(1342만여표) 대통령보다 훨씬 많다. 민주당 후보로는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이 후보는 대선 유세에서 “정치를 끝내기에는 아직 젊다”고 언급한 바 있다. 스스로 대권 재도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 후보는 1964년생으로 우리 나이 58세다. 참고로 1924년생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만74세, 1946년생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만 56세, 1953년생인 문재인 대통령은 만 64세에 대통령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