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청년은]"`내일의 성인` 청소년, 지역사회 함께 책임져야"

by안혜신 기자
2020.06.12 00:06:00

이은경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인터뷰
청소년기 문제는 성인기 문제로…사회적 문제 야기
청소년안전망,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권한 강화해야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오늘의 청소년은 내일의 성인이며, 시민입니다. 청소년기 자체는 아동과 성인기의 중간단계로 과도기인 만큼 모두가 위기라 할 수 있지만 개인의 특성과 자원에 따라 이를 잘 극복하고 건강한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은경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1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같이 강조했다.

국내에서 위기 청소년을 둘러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간한 청소년백서에 따르면 한국 중등교육 학령기의 학교밖 청소년 비율은 2.82%다. 이는 핀란드(2.38%), 일본(1.59%), 스웨덴(1.02%), 미국(2.53%), 영국(2.18%)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할 때 높은 수준이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의 심리적 어려움이나 고통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되면 성인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청소년 범죄는 성인 범죄로, 청소년기 우울은 성인기 우울로 이어져 심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경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
이 교수는 청소년 문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미성숙함을 꼽았다. 청소년은 성인기로 성장하는 과정 중에 있으며, 따라서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은 성장중 형성해야 할 발달이나 성숙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발생한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청소년 개인의 문제로 맡겨둬선 안되며 지역사회 내 시민과 관련기관, 단체가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청소년이 속해 있는 지역사회 내에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쉼터, 학교와 교육청, 경찰서, 병원 등 청소년관련 기관 및 시설이 각자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전문서비스와 프로그램이 상호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담임교사는 학생 A가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걸려 경찰서에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이 학생 가족은 최근 경제적 사정이 나빠지면서 아버지는 집을 나가 버렸고 어머니는 일 하느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경찰서에 담임교사가 설명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왔지만 부모와 연락이 되지 않아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가야 한다. 이 교수는 “이 경우 상담자는 학생 마음을 다룰 수 있지만 지역사회 연계를 통해 아이가 방과 후 있을 수 있는 프로그램, 아이의 주거 안정을 위한 돌봄 자원 모색, 대학생 자원 연결 등 지역사회의 안전한 시스템이 구축됐다면 좀 더 효과적 지원을 모색할 수 있다”면서 “청소년안전망은 이처럼 지역사회 내에서 위기청소년에게 전문적이고 특화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청소년안전망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하에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장(長)보다는 지역 내 전문상담기관인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공적 지위가 없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청소년 문제 개입에 있어 한계가 있다. 이 교수는 구조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역사회내 체계적 시스템은 지자체가 책임지고 운영해야 한다”면서 “개별 위기청소년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 전문상담기관인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전문성을 가지고 현실적이고 실질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사회에서 이미 청소년기를 보낸 어른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소년 문제를 접할 때마다 무엇이 청소년을 사회의 끝으로 내몰았을까 하는 반성을 많이 한다”면서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현재 삶에 대한 가치를 알게 하도록 하는 노력,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가치, 인생의 소중함에 대해 청소년과 함께 생각하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