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말말말] 떠나는 문희상, 여야에 “싸우라” 말한 이유

by이정현 기자
2020.05.23 06:00:00

21일 퇴임 기자회견서 여야 향해 “용광로처럼 다투라”
“치열하게 토론하되 결과 나오면 승복할 줄도 알아야”
“정치 본령 무엇인지 생각해 달라… 국민 눈물 닦아야”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일사불란함만 요구하는건 독재이자 위선입니다.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에요.”

20대 국회를 끝으로 정계를 떠나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남긴 한 말이다. 대표적인 의회주의자이자 임기 내내 협치를 중시해온 그는 21대 국회를 구성할 여야를 향해 더 치열하게 싸워달라 요구했다. 이날 사랑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와 용광로처럼 뜨겁게 다투는 곳이 바로 국회”라며 “다만 서로 죽이려는 정쟁 말고 서로 존중하는 국회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문 국회의장은 여야 관계를 “만겁의 인연이 전생에 쌓여 이뤄진 것”이라며 서로 존중해주기를 바랐다. 의제를 놓고 국회가 치열하게 토론하되 결론이 나오면 승복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당은 여당다워야 하고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며 “여당은 야당을 포용할 줄 알아야 하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 말고 대안을 제시하며 비판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국회의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과제에 대해 “모든 지도자가 대개 적폐청산으로 시작하지만 적폐청산만 주장하면 정치 보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늘어난다”면서 “그러면 개혁 동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21대 국회에 과감하게 통합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지만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화합과 통합이 아니겠느냐. 권력 쟁취도 정치의 단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권력에 매여 본령을 잊으면 국민과 나라는 어디로 가겠나. 배고픈 국민을 배부르게 하고 억울한 국민의 눈물 닦아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

문 국회의장은 오는 29일 임기를 끝내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 직계로 출발해 친노 좌장을 거쳐 친문으로 정치생활을 마감하는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던 날이 가장 기뻤고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던 날이 가장 슬펐다”며 자신의 정치인생을 되돌아봤다.

이어 “인생 자체였던 국회와 정치를 떠나는 것이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다가올 낯선 미래와 새로운 길이 설렌다”며 “아쉬움이 남지만 정치인생은 후회 없는 삶이었다. 쌓아올린 보람이 가득했던 행복한 정치인의 길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