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OLED 공급 뚝…삼성전자, 실적 신기록 행진 멈출 듯

by양희동 기자
2018.03.27 05:00:00

1분기 영업익 14조5847억 예상
'아이폰X' 부진에 패널 매출 줄어
D램·갤S9 쌍끌이…"2분기 회복"

그래픽=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도래로 지난해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뛰어넘었던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1분기, 신기록 행진을 멈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모리 시장은 애초 우려와 달리 올 들어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사업이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애플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에 첫 적용한 ‘아이폰X’가 예상 밖의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패널 공급사인 삼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 컨세서스(전망치)는 매출 61조 6804억원, 영업이익 14조 584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각각 6.51%, 3.71% 감소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17년 2분기부터 4분기까지 3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펼쳐왔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반도체에서만 10조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1분기에는 아이폰X 판매 부진에 따른 디스플레이 사업의 수익 감소로 실적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아이폰X는 판매 부진 여파로 올 1·2분기 생산량이 기존 전망치인 2000만대, 1800만대에서 1500만대, 1000만대로 각각 25%, 4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전 세계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의 약 97%를 점유하고 있으며, 아이폰X의 OLED 패널도 전량 독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X 판매량이 예상을 훨씬 밑돌면서,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사업 수익도 전분기 대비 ‘8분의 1’ 수준까지 급감할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분야 영업이익은 지난해엔 매분기 1조원대 수준을 유지해왔다. 매출도 매 분기 증가세를 보이며 작년 4분기엔 10조원을 넘겨 11조 181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1분기 증권업계 실적 전망치는 매출 8조원 안팎, 영업이익 2000억~5000억원 선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사 실적도 디스플레이 사업 부진으로 인해 역대 최고 실적 흐름이 멈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 1분기엔 아이폰X 판매 부진에 따라 디스플레이 사업 실적 미달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와 달리 반도체와 모바일 사업에선 지난해와 비슷한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의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시장에서 타이트 한 수급 상황이 유지되고 있어, 1분기 영업이익은 10조원을 또다시 넘을 전망이다. 또 모바일 사업은 ‘갤럭시S9’이 이달부터 본격 출시되고 ‘갤럭시노트8’의 판매량도 꾸준히 유지돼,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2조 4190억원) 대비 25% 가량 증가한 3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들 두 사업이 실적을 견인하며 삼성전자는 올 2분기부터는 또다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사업의 부진이 상반기까지 계속되겠지만, 반도체 사업의 2분기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인 12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또 갤럭시S9의 판매가 본격화돼 2분기 IM(인터넷 모바일) 부문 수익도 3조원 중반대로 연내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분기에는 D램 가격 상승과 갤럭시S9 출하량 증가, 가전 성수기 등이 맞물려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또 한번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