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상회담 국정조사 요구...시대착오적 선동 아닌가

by논설 위원
2023.03.31 05:00:00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한일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어제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 강제징용 해법의 위법성 여부, 독도·위안부 논의 여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제한조치 해제요구 여부 등이 국정조사 대상에 들어 있다. 정상 간 회담 내용을 일일이 공개하는 건 외교적 관례에 어긋나고 향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크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징용공 제3자 변제 해법은 문재인 정부가 파탄 낸 한일관계를 복원하고 궁극적으로는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해할 수 있다. 최선책은 아닐지 몰라도 차선책으로서, 우리가 도덕적 우위에 있다는 걸 천명하고 경색된 한일 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정대철 전 의원등 민주당 원로들까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독도 위안부문제 등은 대통령실은 물론 일본 언론들도 부인하는 등 사실 관계가 불분명한 사안이지만 야당은 일본의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을 기정사실인 양 호도하며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외교는 대통령 통치행위의 핵심이다.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된다. 국가의 대표로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면 된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시절 여당인 민주당도 남북정상회담 과정의 각종 의혹에 대해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이 제기한 국정조사요구를 일축했다. 지금 처지가 바뀌자 민주당이 180도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건 또 다른 내로남불일 뿐이다.

민주당은 회담 이후 ‘신을사조약’, ‘굴욕외교’라고 맹비난하면서 대통령을 ‘일본의 하수인’이라고 모독하는 등 연일 반일몰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한술 더 떠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주할지 모른다는 황당한 발언으로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 쏠린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 하고 있다. 정상회담의 성과는 하루아침에 결판나는 게 아니다.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되면서 일본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초당적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이때, 정상회담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는 민주당의 시대착오적 행태가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