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부터 식량까지"..종합상사, 먹거리 미래 사업에도 사활

by김은경 기자
2022.12.13 06:00:00

<공급망 첨병 나선 종합상사>
글로벌 공급난 ‘식량 안보’ 중요성 부각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로 투자 영역 확장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종합상사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는 분야는 ‘식량자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으로 공급이 줄면서 해외 식량 사업을 펼치는 상사들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부터 올해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제한까지 글로벌 공급망 위기 때마다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종합상사들이 활약하면서 식량 분야 투자 영역도 점차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자원 확보 사업이 가장 활발한 기업은 포스코그룹의 종합상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이다. 회사는 올해 9월 우크라이나 피브데니 항구에 정박 중이던 6만1000톤(t)의 옥수수를 국내로 신속하게 공급하며 국내 사료 가격 안정화에 기여했다. 포스코인터내셜이 운영중인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은 2019년 9월에 준공돼 올해 2월까지 약 250만t 규모의 곡물을 유럽, 북아프리카, 중동 등으로 수출해 왔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식량자원을 회사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보고 있다. 2030년까지 곡물 취급량을 2500만t, 매출을 1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에서 운영하고 있는 곡물 터미널.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곡물 외에 ‘팜 사업’도 차세대 먹거리로 판단하고 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팜오일은 팜나무 열매를 순수 압착방식을 통해 추출하는 식물성 유지를 말한다. 대두유, 유채유, 해바라기씨유 등 여러 식물성 유지 중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가장 뛰어나며 전 세계 식물성 유지 중 최대 수요품목이다. 비누나 세제, 화장품 등 다양한 생활용품부터 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해 전망이 밝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팜 사업 확장을 위해 2021년 유한회사 아그파(AGPA)라는 이름의 지주회사를 싱가포르에 설립했으며 앞서 2011년부터 인도네시아 팜 농장을 개발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팜유 생산·판매까지 담당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001120)과 삼성물산 상사 부문도 인도네시아에서 팜농장을 운영 중이다. LX인터내셔널은 2009년 12월 인도네시아 팜농장(PT.PAM) 한 곳을 인수해 팜사업에 찻 발을 내딛었다. 이후 2018년 11월 팜농장 두 곳(PT.GUM, PT.TBSM)을 추가로 인수하면서 식량자원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현재 3개 농장 도합 식재면적은 2만1500헥타르(ha)이며 자체 팜오일 생산설비를 갖추고 연간 60만t 규모의 팜오일 트레이딩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LX인터내셔널 팜농장 전경.(사진=LX인터내셔널)
삼성물산(028260)은 2008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리아우주에 있는 약 2만ha 규모의 팜 농장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연간 약 10만t 규모의 팜 오일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췄으며 생산된 팜 오일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공급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기업도 있다. 현대코퍼레이션(011760)은 모기업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에서 해외 식량사업을 담당하며 캄보디아를 전략국가로 삼았다. 회사는 캄보디아의 농산물 트레이딩을 시작으로 망고 등 열대과일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가공, 유통까지 점차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는 버섯 사업을 영위하는 경북 청도 소재 농업 회사인 그린합명에 투자한 것을 계기로 2019년 9월 영국에 ‘스미시머쉬룸’ 법인을 설립해 유통 채널을 확대했다. 이 성과로 글로벌 유통기업인 테스코(TESCO)에 납품을 하면서 글로벌 식량 시장에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현재 매장에 납품하는 점포 수를 800개 지점에서 1150개점으로 늘렸다. 2019년 영국 버섯 사업 매출은 79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59억원 규모로 2배가량 커졌다. 최근에는 호주에서도 현지 업체와 협업 체계를 갖춰 양송이·표고 버섯·팽이 버섯 등 관련 사업을 키워가고 있고 미국에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식량자원은 인류 생존에 필수적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한 요즘 미래에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래 먹거리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분야로 판단돼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미시머시룸홀딩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