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학생에게 성희롱 당하는 교사들

by신하영 기자
2022.12.09 06:00: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날이 갈수록 교권 침해가 심화되고 있다.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운 중학생으로 인한 충격이 가실 새도 없이 경북에선 한 초등학생이 당임교사를 폭행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해당 학생은 체육시간 중 동급생의 얼굴을 때렸고, 교사가 이를 말리자 교사의 얼굴도 주먹으로 폭행했다. 교사가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은 데에 화가 났다는 이유에서다.

교사들은 폭력적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마땅히 제어할 수단이 없다고 호소한다. 수업 중 문제행동으로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줘도 이를 제어하면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될 수 있다.

매년 실시되는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도 교사들의 사기 저하를 부추긴다. 교원평가는 2010년 교원 전문성 향상을 목적으로 도입했지만 날로 그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다. 학생 만족도 조사를 위해 익명성을 보장하는 서술형 평가 탓이다. 학생들은 익명성 뒤에 숨어 교사들에게 성희롱·폭언을 쏟아내고 있다.



교원평가를 통한 학생들의 성희롱·폭언 수위는 교사들에게 자괴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8일 전교조가 공개한 피해사례에 따르면 ‘성행위 할 때 어떻게 하는지 실습해달라’, ‘가슴이 없다’는 등의 성희롱성 문구가 빈번했다.

교사들은 교원평가 자체를 폐지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어렵다면 교원평가 중 서술형 평가만이라도 없애거나 ‘익명’을 ‘실명’으로 바꿔달라고 호소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필터링(금칙어 배제)을 강화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술형 평가에서 배제되는 금칙어를 아무리 많이 생성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단어를 띄어쓰거나 숫자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이를 우회할 수 있다.

학교는 지식만 전달받는 곳이 아니라 전인교육의 장이 돼야 하며 교사가 그 중심에 서야 한다. 학생들에 의해 교사가 성희롱 대상이 되거나 희화화된다면 공교육 정상화는 요원할 뿐이다. 교사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는 교육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