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부동산 혼란, 시장 이기려는 정부 탓

by송길호 기자
2021.10.01 06:10: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옆집에 사는 부부는 길 건너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공부를 잘해 대견스러워 흐뭇했었는데 집주인이 이사 온다고 해서 난감한 처지가 되었다. 이중, 삼중가격까지 형성될 정도로 전세 값이 턱없이 올라 같은 동네에서 집을 구할 형편이 되지 않아 딸을 전학 시켜야 한다며 우울해 한다. 정든 친구들과 헤어져 상처 받을 동심을 생각하니 딸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바라보기 어렵다고 한다. 맞벌이로 근검절약해도 서민아파트 전세가격 차액을 마련하지 못하는 데, 누군가는 불가사의한 규모의 돈벼락을 맞았다는 ‘대장동 주택개발사업’ 관련 보도를 보고 한숨만 쉬었다. 그 부부는 재주 없는 자신들을 탓해야 하는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을 원망해야 하는가?

대다수 국민을 힘들게 하는 ‘부동산 시장 혼란’은 투기꾼들이 활개 치며 시장을 왜곡시킨 시장실패(market failure) 때문인가?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자신하다가 가격기능을 훼손시킨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의 결과인가?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지 않고 대부분 부동산 거래를 투기로 간주하다보니 정부도 시장도 우왕좌왕했다. 투자는 (미래)가치가 높아질 자산이나 상품을 사들여 보유하는 일이고 투기는 가치변동과 관계없이 시장심리 변화에 따른 단기 가격변동에 따라 차액을 노리려는 거래다. 미래가치가 높아질 자산의 투자가 활성화 되어야 공급이 늘어나면서 국가경쟁력도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장의 기능이다.

부동산 문제가 정부와 시장의 대립각을 형성했는지 몰라도 ‘때리기와 버티기 대결’로 변했다는 느낌까지 든다. 정부는 징벌 과세의 부수효과로 세수가 늘어났지만, 가계는 어떻게든 보금자리를 마련하거나 지켜내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희비쌍곡선이 펼쳐졌다. 자의든 타의든 이사 다니려면 양도세, 등록세, 수수료 같은 부대비용이 너무 크다보니 부동산시장이 흐르지 않는 물처럼 잠겨 있는 꼴이 되었다. 부동산시장 관련 가지가지 복잡한 입법을 미뤄보건대, 우리나라에서 일반 서민들이 진정한 의미의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는지 의문이 가기도 한다.



언젠가, 외딴 곳에 공공임대 소형주택 견본을 큰돈을 들여 겉만 화려하게 꾸며 최고지도자까지 모시고 떠들썩하게 홍보하는 광경이 보도되었다. 정부가 지정하는 집에 들어가 군말 없이 살아야 주택문제가 해결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을까? 하여간 주택시장 혼란상이 진정되려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나아가 조금씩 더 나은 집에서 살고 싶은 본능은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다 같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빵은 먹다가 싫증나면 곧바로 다른 빵을 만들면 되지만 집은 사람들이 오래오래 살 집을 짓도록 유도해야 세상도 풍요롭고 집값 안정 효과도 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이 왜곡된 원인의 하나는 국가가 백성들의 입장에서,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백성들의 보금자리를 알차게 해주기보다 실적을 과대평가하고 홍보에 치중하였기 때문 아닐까? 이른바 ‘엘리트 관료’들이 국민들의 뜻을 헤아리지 않고 시장을 마음대로 이끌겠다는 허욕을 부리다보면 자칫 ‘확증편향 덫’에 걸려 자화자찬이나 일삼게 된다. 보다 나은 환경, 보다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자연스러운 욕망을 억누르지 말아야 시장경제는 활기를 띄고 미래지향 도시도 건설할 수 있다. 투기꾼(?) 혼내줄 방법이나 찾으려다보면 “선한 의지”와 어긋나게 시장을 어지럽힌다.

큰 정부(Big government)가 견제와 균형 기능을 상실하면 임시 미봉책에 매달리거나, 불완전한 지식과 정보, 집단이기주의에 휘둘려 정부실패의 위험이 도사린다. 그로 말미암은 무거운 세금과 비효율적 공공지출 확대는 모두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민생을 어렵게 이끌고도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어김없는 교훈은 정부가 시장을 이기려들면 시장만 망치고 만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