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논쟁]②강남훈 교수 "기본소득, 조세저항 낮고 재원마련 용이"

by김겨레 기자
2021.06.10 06:00:00

이재명표 기본소득 설계자 강남훈 한신대 교수
"기본소득, 저부담→저복지→저신뢰 고리 끊는다"
"탄소세·토지 보유세로도 기본소득 가능"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2009년부터 기본소득 운동을 펼쳐 온 강남훈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 설계자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도입한 ‘청년 배당’이 최근 기본소득 정책의 씨앗이 됐고, 강 교수가 그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

강 교수가 기본소득에 주목한 것은 2009년 독일의 한 학회에서라고 한다. 그는 기본소득이 조세 부담률이 낮고, 이에 따라 복지 총량도 적어 납세자가 세금 납부에 대한 효용을 느끼지 못하는 한국의 상황에 맞는 제도라고 봤다. 이른바 ‘저부담→저복지→저신뢰’의 악순환을 기본소득이 끊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복지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 (사진=이데일리 DB)
강 교수는 7일 진행한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을 목적세로 걷어 나눠주면 정부는 다른 용도로 한 푼도 쓰지 못한다”며 “내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불신을 걷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9일 “지역화폐 기본소득은 노동회피 유인이 없고, 경제효과가 크며, 모두가 수혜자여서 조세저항 정도가 낮아 지속적 재원 마련이 용이하다”고 밝혔다. 월 5만원 씩이라도 기본소득을 지급해 국민들이 납세의 효용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 교수는 기본소득 제도를 실시할 경우 내는 돈보다 받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 조세 저항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인당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나눠주기 위해 총 소득에서 10%의 세금을 부과할 경우 자신이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 소득이 큰 국민이 전체의 85%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연 소득이 8000만원인 3인 가구를 예로 들면 이들은 한 달에 90만원, 연 1080만원을 기본 소득으로 받게 된다. 이 가구는 연 소득의 10%를 기본소득 지급 목적으로 하는 증세에 찬성할 것이고, 이 같은 경우가 국민의 85%에 이르며 누진 구조로 설계할 경우 90% 이상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만큼 한국의 소득 구조가 불평등하다는 것이다. 다만 기본소득 금액을 수백 만원으로 늘리기는 어려우며, 한 달에 50만원 안팎의 기본소득이 적정 수준이라고 봤다.



소득세가 아닌 교정적 과세로서 탄소 배출과 토지 소유에 기본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있다. 스위스에선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세를 걷어 전국민에 ‘탄소 배당’을 실시했다. 10년 새 세율을 8배나 올렸으나 조세 저항은 적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경유세 인상을 반대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일어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강 교수는 “기본소득이 조세저항을 극복할 수 있다는 사례”라며 “한국은 제조업 국가이므로 수출을 위해선 더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기본소득 탄소세법’을 발의했다.

부동산 보유세 역시 상당 부분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 강 교수는 최근 집값 급등으로 인한 조세 저항에 대해 “교정적 조세만 부과한다면 저항이 크다”며 “투기를 막을 정도로 보유세를 과감하게 0.5% 부과한 뒤 그 돈으로 기본소득을 준다면 정치적 지지를 잃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비효율적인 복지 체계를 통폐합하고 그 대체재로서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이에 강 교수는 “아동 수당이나 노령 연금처럼 기본소득과 성격이 같은 것은 (장기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며 “진보진영에선 기존 복지 수준 자체가 높지 않으니 당분간은 기존 복지를 줄이지 않은 채 기본소득을 추가로 도입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보수진영에서도 현재의 불평등이 너무 심하다는 데 대해선 문제 의식을 가진 것”이라며 “여야 의견 차가 좁혀졌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부연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베너지-듀플로 교수의 주장을 이재명 지사가 잘못 인용했다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선 “책의 내용은 후진국에선 기본소득 외에는 대안이 없고, 선진국에선 기본소득만으로는 안 되고 직업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선진국에선 기본소득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주의할 점이 있다는 것”이라며 “대가가 하는 말이 ‘이것이다, 저것이다’는 논쟁보다는 기본소득 자체가 어떤 오류가 있는지에 대해 토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일까. 강 교수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포퓰리즘은 경제 전체에는 해가 되는데 특정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약을 내세우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은 불평등과 기후 재난을 막는 등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포퓰리즘이 아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