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취업난에 일단 쓰고 보자는 文정부…고용보험기금 고갈위기

by박철근 기자
2018.04.04 05:00:00

최악 취업난에 ‘일단 쓰고 보자’는 文정부
실업급여 금액 인상 및 지급기간 연장·청년일자리대책 지원 등으로 고갈 가속화
2020년 적자전환…2025년 적자규모 2조6000억원로 확대 예상
고용부, 실업급여 보험료율 1.3→1.6% 인상 추진…추가인상 배제 못해
전문가 "보험금 지급은 보험료 납부자에 ...

[이데일리 박철근 김소연 기자] 문재인 정부가 취업난 해소를 위한 재정 조달 수단으로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하면서 기금의 재정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당초 2020년으로 예상한 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선 고용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가입자수를 늘리는 방법 외에는 없다. 고용보험기금은 노동자의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과 실직자의 생계비 지원을 위해 조성한 기금이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5조9339억원이던 고용보험기금 지출규모는 지난해 9조4607억원으로 59.4%(3조5268억원) 증가했다. 올해 지출예정금액은 10조9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실업급여 상한액 인상 및 지급기간 연장,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신규채용 인건비 지원, 청년일자리대책 재정지원 등을 포함할 경우 지출규모가 1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고용보험기금을 화수분 취급하는 정부의 태도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3월 ‘사회보험 중기재정추계’를 발표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이 2020년 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보험 재정수지 적자가 2025년에는 2조6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정부는 우선 고용보험 중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현행 1.3%에서 내년에 1.6%로 0.3%포인트 인상할 계획이다. 이는 실업급여 지급수준(실직전 3개월 평균임금의 50→60%, 상한액 1일 5만→6만원) 및 지급기간 확대(3~8개월→4~9개월) 등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정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실업급여 지급 확대로 연간 2조원 이상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그러나 실업급여 외에도 기금에서 지출해야 할 각종 지원금이 늘어나면서 추가인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용부는 지난달 노동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후속조치로 기업의 신규채용 인건비와 노동자의 임금감소분을 지원키로 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 역시 고용보험기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청년일자리대책도 주요 재원이 고용보험기금이다. 정부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심지어 저출산대책에 들어가는 재원 중 일부도 고용보험기금이 부담한다. 정부는 육아휴직 확산을 위해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고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육아휴직급여 역시 고용보험기금에서 재원을 충당해 향후 지출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고용보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지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IT금융경영학과)는 “보험은 기본적으로 보험료를 납입한 사람이 수혜자여야 한다”며 “보험료를 낸 적이 없는 미취업 청년 지원에 고용보험기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육아휴직 확대 및 실업급여액 증가 등으로 지출요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지금처럼 고용보험 지출을 확대하는 추세라면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재 고용보험기금이 부담하는 육아휴직급여를 건강보험이나 국가 일반회계를 통해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는 실업급여 계정의 재정 안정화를 위해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모성보호급여를 일반 정부예산에서 부담토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용어설명>

*고용보험기금

: 1995년부터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사업의 재원 충당을 위해 고용보험기금을 설치했다. 사업주와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실업급여계정과 사업주가 전부 부담하는 고용안정계정 등 두 가지 계정으로 설치·운영하고 있다.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수입은 10조1362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