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판매 금지`…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 들어는 봤니?

by유수정 기자
2017.03.17 01:00:22

[이데일리 e뉴스 유수정 기자] “만 19세 이상 성인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19세 미만 청소년은 이용 불가능 하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19세 이상 성인은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라니. 궁금증을 자아내는 해당 물건의 정체는 바로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다.

충남 홍성에 위치한 청소년 전용 만화방에 들어선 1대와 서울 신논현과 이태원, 광주 동구 충장로의 성인용품점에 각각 1대씩 전국적으로 총 4대가 운영 중인 ‘청소년 전용 콘돔자판기’는 개당 1400원 꼴의 비건(vegan) 인증을 받은 콘돔 2개를 단 돈 100원에 판매한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금액에, 심지어 일반적으로 성인용품으로 치부되는 콘돔을 청소년에게만 판매하는 이상한(?) 자판기. 이에 청소년은 물론 지나가던 시민들까지 한 번씩 들여다보게 된단다.

이는 피임기구인 콘돔과 성기구 등을 제작·판매하는 기업인 사회적 기업 ㈜인스팅터스의 작품이다.

건전한 성관계를 위한 ‘성헬스케어’를 표방하며 청소년을 대상으로 콘돔 무료 배포사업을 펼친 바 있던 이들이 또 한 번 조금은 엉뚱한 활동을 펼친 것.



인스팅터스 측은 “콘돔은 성인용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성인용품으로 치부되기 일쑤”라며 “콘돔 구매에 연령제한이 없음에도 이러한 편견 때문에 안전한 피임기구인 콘돔을 구입하기 어려웠던 청소년들에게 그 권리를 돌려주기 위해 이 같은 프로젝트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다”는 셈.

(사진=연합뉴스)
최근 정부가 실시한 청소년유해환경접촉실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를 맺고 있는 청소년 중 약 절반이 피임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9.1%는 성 질환에 걸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심지어 무려 21.4%의 청소년이 임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실정에 청소년의 성관계를 무조건 제지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안전한 성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성인들이 나서 돕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청소년의 성을 덮어놓고만 반대할 것이 아니라 해외 선진국의 사례처럼 피임기구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100원짜리 작은 동전일지라도 이를 구매하도록 유도해 청소년들에게 책임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실제 해당 자판기가 설치된 광주 성인용품 숍 ‘스팟라이트’의 경우 하루에도 20여 명의 청소년들이 콘돔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콘돔회사의 자사 홍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아니꼬운 시선과 함께 오히려 청소년들의 성관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에 인스팅터스 측은 “원가도 안 되는 가격에 콘돔을 공급할뿐더러 이에서 발생한 수익금 전액은 서울시립청소년건강센터 ‘나는 봄’에 기부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콘돔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 탓에 사용할 수 없어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 청소년이 사회 곳곳에 있다는 사실”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