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등한시 한 젊은 고혈압 환자...꾸준히 관리하는 고령환자보다 더 위험

by이순용 기자
2019.05.07 00:03:10

고혈압 유병 인구 1,100만 명 시대, 이중 약 23%인 270만 명이 30~40대
젊은 고혈압 환자 증가하고 있으나 정작 본인은 물라
고혈압, 심각한 경우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 필요
- ‘고혈압전단계’부터 적극적인 관리 필요해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김민성(가명·38)씨는 종합건강검진을 받은 후 의료진으로부터 혈압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였기에 혈압을 관리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김 씨는 고혈압에 대한 추가 검사를 권유받아 병원을 찾았다.

대한고혈압학회의 2018년 고혈압 통계를 보면 30세 이상 인구의 고혈압 유병률이 29%로, 2016년 기준 고혈압 유병 인구 1,1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들 중 약 23%인 270만 명가량은 비교적 나이가 젊다고 할 수 있을 30~40대의 고혈압 환자다.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의 고혈압 유병률이 높으며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대와 40대 여성은 각각 3%, 12%만이 고혈압이 있지만, 30대 남성은 17%, 40대 남성은 31%가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의 사례처럼 젊은 고혈압 환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막상 본인이 고혈압에 해당한다는 점을 아는 환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상담과 진료를 받고 투약을 고민하거나 시작하는 환자는 더욱더 많지 않다.

고혈압을 진료하는 현장의 임상 의사들과 보건 통계 연구자들은 통상적으로 30~49세의 젊은 연령층에서 고혈압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이 50% 미만으로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의 고혈압 환자들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문제지만, 기대 수명이 많이 늘어난 현실에서 젊은 인구의 고혈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우려할 만한 문제다.

◇고혈압 심하면 사망 할 수도 있어

고혈압은 진료실에서 날짜를 달리해 2회 이상 따로 측정한 혈압이 수축기 혈압 140mmHg나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의 값을 보일 때 진단한다. 다양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정상 혈압에서 수축기 혈압이 20mmHg, 이완기 혈압이 10mmHg씩 증가함에 따라 고혈압에 따른 심·뇌혈관질환의 사망률은 2배씩 계속 증가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김치훈 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은 “두통이나 흉통, 구역감 등의 증상을 동반할 정도로 혈압이 아주 높지 않다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된다”며, “건강 검진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면 고지혈증이나 당뇨, 대사증후군과 같은 고혈압과 동반되기 쉬운 다른 문제가 함께 있는 것은 아닌지 심장내과 전문의에게 반드시 진료를 받도록 하고, 일찍부터 혈압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혈압전단계’부터 적극적인 관리 필요

또한 수축기 120mmHg, 이완기 80mmHg 미만의 정상 혈압은 아닌데, 고혈압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면 고혈압 전 단계에 속한다고 본다. 특히 수축기 혈압이 131~140mmHg이라면 향후 고혈압으로 진행할 위험이 조금 더 크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경과를 추적해야 한다. 고혈압 전단계라면 혈압 관리에 관심을 갖고, 고혈압의 위험 인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혈압을 최대한 가깝게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식이요법과 체중 감량…생활 속 혈압 관리의 기본

고혈압의 치료 목표는 혈압을 낮추고, 조절해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하고 합병증에 의한 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고혈압 치료를 통해 수축기 혈압을 10~20mmHg 정도, 이완기 혈압을 5~10mmHg 정도 낮출 수 있다면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은 30~40%, 심근경색과 같은 허혈성심장질환은 15~20% 정도 줄일 수 있다.

고혈압을 오래 방치한 경우가 아니라면, 혈압약 복용 없이도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생활 습관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잘 한다면 어느 정도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 적절히 운동해 체중을 조절하고, 흡연자라면 금연에 도전하며,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저염식을 기본으로 과일와 야채 섭취를 늘려 섬유질을 풍부하게 먹는 것만으로도 기대보다 큰 폭의 혈압 강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처음에 여러 종류의 혈압약을 강하게 섞어서 복용하더라도 혈압 조절을 위한 다른 노력이 병행된다면 많은 환자에서 약제의 종류나 용량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동반된 위험 인자의 관리를 위해 혈압약을 중단 없이 복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담당 의료진과 경과를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치훈 과장은 “정기적인 검진과 적절한 투약, 혈압을 낮추는데 필수적인 생활습관 교정의 3박자가 잘 어우러지면 고혈압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