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①]'음원유출, 악!'...불감증 연예계, 도를 넘었다

by윤경철 기자
2008.06.09 11:50:24

▲ 앨범 발매 전 부터 음원유출 사고로 곤혹을 겪은 힙합 트리오 '에픽하이'와 혼성 록그룹 '자우림'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연예계가 총체적 불감증에 빠졌다. 그 정도 또한 과히 심각한 수준이다.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행동을 서슴치 않으면서도 이에 대해 어떤 반응도 없다.

음반 불황에 시달리는 가요계는 최근 또 다른 걱정을 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름 아닌 음원 유출이다. 음원 유출 해프닝은 한때 노이즈 마케팅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음반보다 음원이 더 큰 수익을 내는 요즘의 현실 속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지적이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음원 유출사고는 종종 일어나지만 최근의 일련의 사태를 보면 정도가 좀 심각하다. 상반기에 좋은 음악으로 평가 받았던 에픽하이, 넬에 이어 최근 2년만에 새 앨범을 낸 자우림까지 음원이 유출됐다.

예전에도 음원유출은 있었지만 최근의 현실이 더욱 고약한 것은 앨범을 내기도 전에 유출된다는 것이다. 과거엔 음반이 출시되고 어느 정도 인기를 끌면 유출됐지만 지금은 매니저나 음악 관계자들이 음반을 받아보기도 전에 사이버상에 떠돈다.

업계관계자들은 “영화의 다운로드도 문제지만 한국영화의 경우는 최소한 개봉 이후 DVD 판매 시점에 불법 다운로드가 이어진다”면서 “하지만 음악은 시판도 되기 전에 사이버상에 뿌려져 수익 자체를 아예 막아버리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한마디로 원 제작자는 한푼도 건질 수 없게 만들며 가수들의 창작 의지 또한 무참히 꺾어 버리는 처사다.

자우림 측은 음원을 담당하는 전문가에게 유출경로를 확인하고 있지만 일단 퍼지면 디지털 특성상 막을 길이 없어 막막해 하고 있다.



자우림 측을 더욱 황당하게 만드는 것은 일부 네티즌들이 음원유출 소식에 대해 마케팅으로 여기는데 있다.

음원유출로 황당해 하는 사건에 대해 위로나 격려보다 악플이나 비난을 하는 현실이 제작자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아니면 말고’식의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자우림 측은 “그동안 음원유출 기사가 많이 나오긴 했지만 막상 내가 당해 보니 어이가 없다”면서 “더욱 사람을 화나게 하는 것은 유언비어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댓글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마케팅을 할 거였으면 타이틀곡을 포함한 전곡을 올렸겠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음악보다 먼저 불법다운로드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영화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단체협의회 저작권보호센터가 지난 4월 14일부터 6월 1일까지 50일간 적발한 불법복제물은 10만6913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배나 증가했다. 종류도 최신 영화에서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불법다운로드의 폐해를 겪으면서 영화인들은 영화상영 전에 불법다운로드의 폐해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상영하고 검찰에 저작권 위반 방조 혐의로 국내 P2P사이트를 고소하는 등 강온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국내 불법다운로드의 현실은 외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최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외국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선 한국의 영화시장 위상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이보다는 불법 다운로드의 천국인 한국에서 피해를 최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