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옥 지크립토 대표 "블록체인 투표로 실시간 민주주의 가능할 것"

by함지현 기자
2023.01.30 06:00:00

지케이보팅, '영지식증명기술' 기반 온라인 투표 서비스
CES 최고 혁신상…투표 비용·시간 획기적 감축
국내외 선거도입 목적…"엔터 진출로 내년 매출 1000억원 기대"
나스닥 상장 목표…"2~3년내 유니콘 기업 전망"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종이 투표에 비해 온라인 투표는 비용 절감과 개표 속도가 획기적인 수준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투표 서비스 지케이보팅(zKvoting)을 활용하면 더 자주, 정확하게 민의를 반영할 수 있어 ‘실시간 민주주의’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오현옥 지크립토 대표(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 교수)는 2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선거 후에 발생하는 갈등과 불신, 사회적 문제를 봉합하고 디지털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뿌듯하다”며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는 책임감도 느낀다”고 전했다.

오현옥 지크립토 대표(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 교수)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온라인 투표 서비스 지케이보팅(zKvoting)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지크립토)
지크립토가 선보인 지케이보팅 서비스는 ‘영지식증명기술(zero-Knowledge Proof)’을 기반으로 한다.

블록체인은 모든 정보를 공개하되 사슬 형태로 무수히 연결해 형성한 블록에 데이터를 복사해 저장,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한다. 누구도 임의로 수정할 수 없어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하지만 투표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유권자의 정보가 모두 공개돼 비밀투표가 불가능하다. 정보를 암호화하면 유권자가 맞는지, 한 번만 투표를 했는지 알 수 없다.

영지식증명기술은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한 서비스다. 상대방에게 내가 투표를 했다는 것 이외에 제공하는 정보가 ‘제로’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합당한 유권자라는 것은 밝히되 나의 투표 정보는 숨기는 것이다. 대신 암호화한 투표 내용은 공개 블록체인에 저장돼 내용은 조작할 수 없으면서도 누구나 아무 때나 투표 과정과 결과를 검증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오 대표는 김지혜 최고기술이사(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와 함께 직접 창업에 나섰다. 회사 이름인 지크립토도 ‘제로’의 Z와 ‘놀리지’의 K에 암호기술의 뜻을 담은 ‘크립토’를 더해 지었다. 오 대표는 “기술은 트렌드에 따라 계속 개발하고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기술개발만으로는 사업이 될 수 없다”며 “기술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사업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이 기술은 CES에서도 ‘인류가 당면한 세 가지 문제 중 하나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소개되기도 했다. 지크립토 부스 역시 세계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가지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오 대표는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다”며 “일반인도 있지만 미국이나 중남미 정부 인사, 미디어, 국내외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관심을 많이 가졌다”며 “일부는 비즈니스적인 결과물로도 이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 대표는 국내외 정부에서 사용하는 투표 시스템에 지케이보팅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하고 신뢰도가 높으면서 검증도 가능해야 한다. 그는 “미국의 경우 디지털 전환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 안전성만 담보되면 빠르게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적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에서도 학생회장 선거나 주민투표, 우편으로도 실시하는 부재자 투표 등부터 온라인으로 대체한 뒤 안정성이 담보되면 더욱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옥(왼쪽) 지크립토 대표(한양대 정보시스템학과 교수)와 김지혜 최고기술이사(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가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온라인 투표 서비스 지케이보팅(zKvoting)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지크립토)
수익 창출 모델도 점차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정부 투표 시스템은 민의를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궁극적인 목표이고, 실질적인 수익은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민간의 참여가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투표를 이용하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종종 터져나오기 때문이다. 이미 굵직한 해외 프로덕션과 구체적인 대화를 오가는 곳도 있다고 한다.

오 대표는 “프로그램을 통한 수입은 내년에만 최소 1000억원이 될 것”이라며 “이런 모델들이 다양하게 적용되면 몇 배의 해외 매출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되는 것은 ‘목표’가 아니라 ‘전망’이다”라며 “예상보다 빠른 향후 2~3년 안에 유니콘이 될 수도 있다. 나스닥 상장도 구상중”이라고 전했다.

궁극적으로는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을 구현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오 대표는 “대출을 받거나 부동산 거래 등을 할 때 지금은 서류 준비를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휴가를 내야하기도 한다”며 “블록체인 시스템을 접목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도 버튼을 몇 번만 누르면 개인정보는 지키면서 자격요건은 증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집중 육성키로 한 딥테크 분야의 일원으로서 기술 창업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는 전문 영역이 좁아 기술력이 있어도 인정을 받는 게 쉽지 않다”며 “국내 투자자들 역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매출 여부를 갖고 회사의 가치를 측정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에 비해 해외 투자자는 이해도과 관점이 달랐다”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난 뒤에야 비로소 국내에서도 인정을 해주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오 대표와 함께 창업한 김지혜 최고기술이사는 후배 창업자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 이사는 “창업을 하기 전 확률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쌓는 것이 바로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라며 “20대에는 기술을 갖기 어렵다. 그렇지만 작은 기술이라도 에너지를 쏟고 도전하다보면 향후 재창업 등을 할 때 일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