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종서 CJENM 바주카 국장 "한국의 디즈니 꿈꾼다"(인터뷰)

by박미애 기자
2018.07.25 09:15:39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엄마 ‘캡’이 뭐야?”

어린아이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극장의 적막을 깨운다. 이 아이를 시작으로 여기저기 다른 아이들도 ‘캡이 뭐냐’고 묻는다. 요즘말로 ‘짱’을 20여년 전에는 ‘캡’이라고 했는데 모르는 단어 하나에 극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이런 상황은 계속됐다. 아이들은 인물들의 목소리를 흉내내는가 하면 ‘웃기다’ ‘무섭다’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즉각적으로 표현했다. 일반 상영관이었다면 ‘관크’(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나 관객)로 눈치 엄청 받을 법한 상황이 여기에선 오히려 자연스러워 낯설면서 흥미로웠다.

지난 16일 저녁 CGV용산아이파크몰. 유치원생 또는 초등학교 1~3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200여석의 상영관을 가득 채웠다. TV 인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시리즈의 극장판인 ‘신비아파트:금빛 도깨비와 비밀의 동굴’(이하 극판장 ‘신비아파트’) 시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신비아파트’ 시리즈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1월까지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투니버스에서 방송된 호러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국내 애니메이션의 경우 4~13세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시청률 2~3%면 성공으로 여기는데 이 애니메이션은 평균 5.5%, 최고 10%를 기록했다. 이 애니메이션의 메인 캐릭터인 도깨비 ‘신비’가 어린이들 사이에서 ‘초통령’급 인기를 누린다. 최근에는 뮤지컬로 만들어져 공연이 한창이다.

CJ ENM는 콘텐츠를 핵심 사업의 한 축으로, 영화 방송 음악 공연 게임 등 콘텐츠에서 경쟁사들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월트디즈니컴퍼니에 대항할 수 있는 기업을 국내에서 찾으라면 CJ ENM이 가깝고, 기업의 목표도 한국의 디즈니를 꿈꾼다. CJ ENM이 애니메이션 사업에 공들이고 배경이고, ‘신비아파트’는 핵심 콘텐츠의 하나다.



25일 극장판 개봉을 앞두고 ‘신비아파트’ 시리즈를 탄생시킨 CJ ENM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바주카’의 석종서 국장을 만났다. 원래 광고쟁이가 꿈이었던 그는 첫 직장인 투니버스에 취직을 하면서 애니메이션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개구리 중사 케로로’(1~3기) ‘명탐정 코난’(3~5기) 등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국내 현지화에 기여했고 ‘안녕 자두야’ ‘와라 편의점’ 등 토종 애니메이션을 성공시켰다.

석 국장은 “애니메이션은 글로벌로 뻗어나갈 수 있는 콘텐츠다”며 애니메이션의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을 자신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 예능은 한류의 도움 없이 수출이 어렵고 현지화 작업도 쉽지 않다”며 포맷 수출에 그치는 국내 콘텐츠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애니메이션은 수용자가 캐릭터를 사람이 아닌 캐릭터 그 자체로 받아들여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며 “언어도 더빙작업으로 각 나라의 언어를 입히면 되기에 콘텐츠 그대로 수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점에도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환경이 열악해 해외 진출이 가능할 정도의 역량을 키우는데 어려움이 있다. 일단 이야기 재료가 부족하고, 재료를 콘텐츠화할 기획력이 부족하다. 그것을 기획할 인력은 턱없이 모자란다. 석 국장은 “기획의 핵심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PD와 작가다. 시장에서 의외로 한국적 요소를 지닌 이야기가 잘 먹히는데 그것을 이야기로 풀어낼 작가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문 애니메이션 작가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석 국장과 바주카는 유행에 민감한 예능 작가와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신비아파트’ 시리즈가 다른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된 즐거움을 제공하는 배경이 됐다.

특히 극장판 ‘신비아파트’는 20년전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타임슬립 요소로 아이들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극장을 찾는 어른들을 위한 즐거움도 장치했다. 디즈니가 지금의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동심과 향수로 아이와 어른을 아우르는 콘텐츠의 힘에 있다. 석 국장은 “지금의 아이들이 성장해서 어른이 됐을 때에도 향수를 느끼며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결국에는 바주카도 디즈니처럼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패밀리 콘텐츠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흔히 애니매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녀로부터 직업의 소명을 찾는다. 석 국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딸바보 아빠’다. 딸은 그의 가장 냉철한 모니터 요원이자 조언자다. 석 국장은 “다른 어떤 수치적인 결과보다 딸이 ‘재미있다’고 말할 때가 가장 기쁘다”며 “딸과 또래의 친구들을 위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