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최대 280%, 매운맛 좀 볼래?"…IPO 시장 중소형주의 반란

by양지윤 기자
2023.02.28 06:01:00

꿈비, 첫 '따상상'…올해 공모주 모두 수익
수익률 세자릿수대 종목은 '실적주'
증시 반등에 IPO 시장도 회복세
'따상 열풍' 독 될 수도…"대어 복귀해야 시장 정상화"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올해 조단위 대어들이 속속 종적을 감춘 가운데 중소형 공모주들이 약진하고 있다. 연초부터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배의 시초가가 형성된 뒤 상한가 기록)’ 행진이 이어지면서 상장 후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 280%대에 이르는 종목도 등장했다. 지난해 증시 급락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에 등을 돌렸던 투자자들이 귀환한 덕이다. 공모주 시장이 회복세를 타고 있는 만큼 중소형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되, 증시 변동성을 고려해 과도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꿈비, 첫 ‘따상상’…올해 공모주 수익권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유아 가구 전문기업 꿈비(407400)는 공모가(5000원) 대비 수익률이 284%에 이른다. 올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기업중 수익률이 가장 높다. 꿈비는 지난 9일 따상으로 데뷔한 뒤 다음 날 상한가를 기록, ‘따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2거래일 연속 상한가)’에 성공했다. 올해 상장사 10개 중 따상상을 기록한 건 꿈비가 처음이다.

2월 현재 공모가 대비 상승률이 세 자릿수대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꿈비를 포함해 오브젠(417860)(246.67%)과 미래반도체(254490)(188.17%), 스튜디오미르(408900)(116.41%) 등 4개에 이른다. 나머지 6개 기업들도 모두 두 자릿수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따상 마감했거나 장중 터치한 상장사도 7개 달한다. 오브젠, 미래반도체, 스튜디오미르, 꿈비, 이노진(344860)은 따상을 기록했고, 삼기이브이(419050), 샌즈랩(411080)은 장중 따상을 찍었다. 이중 오브젠과 삼기이브이를 제외하면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경쟁률이 모두 1000대 1을 넘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수요예측 정약률이 가장 높은 곳은 스튜디오미르로 1701.62대 1를 기록했다. 이어 이노진(1603대 1), 미래반도체(1576.56대1), 꿈비(1547.1 대 1) 순이었다. 일반청약 경쟁률은 꿈비가 1772.59대 1로 가장 높았다.이노진(1643.88 대 1), 스튜디오미르(1592.89대 1), 미래반도체(938.26 대 1) 순으로 나타났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 투자자들은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을 참고하면서 일반청약 경쟁률이 어느 정도 동기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성적이 신통찮았던 종목들도 상장 후에는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올해 첫 IPO 주자였던 티이엠씨(425040)는 공모가 대비 29% 올랐다. 티이엠씨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31.33대 1에 그치며 희망 공모가(3만2000~3만8000원)보다 낮은 2만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 경쟁률(0.81대 1)이 가장 낮아 올해 IPO 기업 중 꼴찌를 기록했지만, 상장 후 주가 상승으로 부진을 만회했다. 삼기이브이도 수요예측 경쟁률이 37.51대 1에 그쳤다. 희망 공모가보다(1만3800~1만6500원) 낮은 1만1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지만, 현재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66.67%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 이하인 한주라이트메탈(198940)과 제이오(418550)도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각각 36.77%, 55.77%에 달한다.



주가 반등에 공모주 투심도 개선

업종별로는 유아용품,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 반도체, 콘텐츠 관련주가 두각을 나타냈다. 챗GPT 관련주인 오브젠을 제외하고 대부분 꾸준히 이익을 내는 ‘실적주’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미래 성장성보다 실적이 확실한 기업에 투자심리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IPO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증시 반등에 힘입은 결과다. 지난해 12월 초 2400선을 지지했던 코스피 지수는 연말에 2200선까지 밀렸으나 연초 반등에 성공, 2400선을 회복했다.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 지수 역시 지난해 말 690선에서 현재 780선까지 올라왔다. IPO 시장도 증시 분위기를 따라 회복세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 반등도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이후 코스닥에 입성한 윤성에프앤씨(372170), 엔젯(419080), SAMG엔터(419530) 등의 주가 반등에 이어 올 초 중형급 종목인 티이엠씨, 삼기이브이가 상장 후 주가가 상승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신규 상장 시장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공모확정가 약세 기업들의 낮은 기저에 기반한 수익률 반등이 효과적으로 이어져 시장 분위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다만 중소형주 중심의 ‘따상 열풍’이 IPO 시장에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최근 따상 기업이 잇따르면서 ‘공모주 대박’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에 기업 규모나 이익 대비 주가가 부풀려진 측면도 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IPO 종목들이 상장 후 높은 수익률을 보이면서 공모주가 일종의 테마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대형주의 복귀가 가시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공모주시장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