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적' 발언 본 전문가 "원수한테나 쓸 말, 북한식 화법"

by장영락 기자
2023.01.18 05:48:46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라디오 인터뷰
"적은 원수한테나 쓸 말, 외교적 언사 아냐"
"외교적 큰 실수, 이란도 이란이지만 UAE도 곤란할 것"
"단순 말실수? 세계관 8개월간 일관성, 사고 자체의 문제"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이란 적 발언에 “오히려 북한식 화법”이라며 “이런 발언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일정 마치고 17일(현지시간) 두바이 왕실공항에 도착해 스위스 취리히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 탑승,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전 원장은 17일 저녁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원장은 지난 정부 외교 관련 위원회 업무를 맡기도 했던 외교 전문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 외교특보단장을 지냈다.

김 전 원장은 300억달러 투자 양해 등 UAE 방문 성과에 대해 평가하면서도 적 발언은 명백한 실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대통령은 세상을 반으로, 흑백론이나 또는 적과 아군, 그 다음에 선악의 개념으로 이렇게 나눠서 보는구나 (생각했다)”며 “이란하고 우리가 철천지원수도 아니고 그런 점에서 이건 기본적으로 지금 UAE하고 이란이 관계를 개선하는 측면에서 팩트도 안 맞고, 외교적인 언사를 할 때는 그걸 직접적으로 이렇게까지 독하게 표현하는 거는 정말 원수한테나 쓸 수 있는 말이다. 오히려 북한식 화법이라고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우리의 지금 위치라든지 국격이라든지 국력이라든지 생각하면 이런 발언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우리 장병들한테 하더라도 대통령의 순방 중에 하는 얘기는 다 외교적 행보”라고도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대통령이 장병 격려 중 한 말이라고 해명한 외교부에 대해서도 “너무 구차하다. 그 얘기를 왜 장병들을 격려하는 데서 특정 국가를 적으로 하는 게 맞느냐”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의 공식 대응을 요구한 이란의 반응에 대해서도 김 전 원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이란도 이란이지만 말은 못하지만 UAE가 굉장히 곤란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원장은 “이란과 UAE가 국제사회에서 오히려 적처럼 보이는, 지금은 관계개선 중인데 그야말로 불필요한 얘기였다고 생각한다”며 “이거는 정말 외교적으로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두바이 미래박물관에서 열린 미래비전 두바이 포럼 참석에 앞서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전 원장은 근본적으로 윤 대통령의 이분법적 사고관에 문제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닌 게 그렇게 실리적 경제외교를 하면서도 이 얘기를 하는 것은 대통령의 세계관이 지금까지 8개월의 일관성이 더 있는 것이다. 단순한 옥에 티가 아니고 사고 자체가 조금 문제가 있다고 저는 본다”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UAE 측의 투자 양해에 대해서도 “지금의 중동은 투자위험까지 같이 지게 하는 것”이라며 “보장금액이 있는 방식이 옛날이라면 지금은 성과를 보겠다는 것이고 리스크도 같이 지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쪽에서도 손익계산을 다 따져서 나중에는 투자조건을 바꾼다든지 계약 당시에는 이런 것들을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걸 소프트머니처럼 우리한테 300억 원을 그냥 얹어주는 것처럼 선전하거나 그렇게 받아들이면 곤란하다”는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