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일자리-친환경 두 마리 토끼 다 잡는다"

by김형욱 기자
2020.06.19 00:00:00

[인터뷰]임춘택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①
"기후위기 대응 기본…일자리 창출할 수 있어야"
"디지털 뉴딜과 시너지 효과…신산업 창출 기회"
"에너지 전환 아직 갈 길 멀어…더 서둘러야"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판 그린 뉴딜은 당장 일자리와 경기회복에 이바지하는 것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친환경 에너지 선도국가로서 혁신·포용성장을 달성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 원장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무실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판 그린 뉴딜은 기후위기 대응이란 기본 목표 아래 일자리와 신산업 창출, 내수와 수출 증진, 사회안전을 아우르는 경제적 효과를 함께 낼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이달 1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대 축으로 삼은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다. 특히 한국판 그린 뉴딜에 2022년까지 12조9000억원을 투입해 13만3000명의 고용창출 등 경기부양 효과를 내겠다는 밑그림을 공개했다. 18만여호에 이르는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과 태양광·풍력 발전 확대 등 다양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 사업을 여기에 담았다.

정부는 이 밑그림을 토대로 7월 초 그린 뉴딜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한다. 임 원장 역시 에너지 기술과 정책을 아우르는 전문가이자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분과위원장으로서 계획 수립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임 원장은 그린 뉴딜의 경제적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발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에서도 전체 일자리의 약 2%가 사라지는 등 심각한 피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린 뉴딜 투자는 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일자리와 신산업을 창출하고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면서 재생에너지, 배터리·전기차, 에너지효율 분야 수출산업을 육성하는데 집중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만 되면 재정에 부담을 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재정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에너지·환경 관점에서도 기후위기 대응과 저탄소경제, 에너지전환을 서두르지 않으면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에너지 전환이 늦어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기반 좌초자산이 19조5000억달러(약 2경3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이란 국제 흐름에 뒤처져서 석탄화력발전소 등을 계속 짓는다면 이 같은 설비는 나중에 건설비용도 못 뽑고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인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상호 보완 성격이 있다고도 했다. 디지털 뉴딜은 코로나 사태 극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그린 뉴딜이 더해지면 중장기적인 일자리 창출과 인류의 당면 과제로 꼽히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 원장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둘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 뉴딜의 핵심인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전기화는 어차피 디지털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 원장은 지난해 12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석학회원(Fellow)으로 선정된 세계적 석학이다. IEEE는 160여개국 43만여 회원이 있는 전기·전자·컴퓨터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다. 특히 IEEE 석학회원은 그 중에서도 상위 0.1% 이내 연구업적과 기술 성취를 이룬 사람만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그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태양광·풍력발전설비 손실률을 7%에서 1.6%까지 줄일 수 있고 공장과 가정에서의 에너지 수요도 최적화할 수 있다”며 “공장 에너지 관리 시스템(FEMS)을 적용한 에코 스마트 산업단지 구축은 우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디지털-그린 뉴딜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융합을 통한 신시장·신산업 창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26%인데 우리는 여전히 7%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고 지난 한해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3.54기가와트(GW)를 보급하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며 “더 적극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중국도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79%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우리는 목표(2030년까지 20%) 자체가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태양광 셀·모듈 등 핵심적인 부문에선 여전히 우리가 기술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관련 기술개발 노력을 이어가 주도권을 지키고 이를 토대로 국제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임 원장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우리 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고 국제시장 점유율도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민·관 협업으로 프리미엄급 제품의 성능을 끌어올리고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에 나선다면 다시 국제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에기평은 에너지 전환 선도 기관으로서 지금껏 재생에너지 관련 첨단기술 개발과 관련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도 기후위기 대비와 에너지 전환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국판 그린 뉴딜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963년 출생 △KAIST 전기전자공학 석사(1987) △KAIST 전기전자공학 박사(1990) △제20회 기술고등고시 합격(1984) △국방부 대위(1989~1995) △국방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1995~2003) △청와대 행정관(2003~2007)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부교수(2007~2016) △GIST 에너지융합전공 교수(2016~2018)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2018~) △IEEE 석학회원(2020)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