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결경도 이탈…중국계 멤버 전략, 유효기간 다했나

by김현식 기자
2020.04.03 10:11:37

주결경, 플레디스에 계약해지 통보 후 독자 활동
현지 법인에 관리 맡겼지만 이탈 못 막아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또!” 국내에서 활동해온 중국 출신 K팝 그룹 멤버 주결경이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이하 플레디스)를 이탈했다는 소식에 중국계 아이돌 멤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그간 중국계 아이돌 멤버가 합의 없이 소속사를 떠나 자국에서 활동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주결경의 경우 플레디스가 중국 매니지먼트를 현지 법인에 맡기는 등 예방책을 마련해뒀는데도 이탈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요계의 고민이 깊다.

주결경(사진=방인권 기자)
2015년 플레디스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주결경은 Mnet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듀스101’ 시즌1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 멤버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 그룹 프리스틴과 프리스틴 유닛 프리스틴V 멤버로도 무대에 올랐고, 중국 예능 ‘풍광의주’, ‘우상연습생’ 등에 출연해 자국에서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소속사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 25일이다. 플레디스는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지평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주결경이 지난해 9월 초 우편, 메일, 메신저로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서를 보내왔다”며 “주결경이 자사는 물론 중국 매니지먼트 업무를 수행하는 현지 법인 성찬성세 직원들과의 소통까지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레디스에 따르면 주결경은 현재 소속사를 배제한 채 중국에서 드라마, 예능, 광고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에 대해 플레디스는 지난 2월 19일 주결경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전속계약효력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비록 법적 대응에 나섰으나 플레디스는 주결경과 원만한 합의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주결경은 플레디스에서 입장문을 낸 이후 웨이보에 “모든 옳고 그름은 더이상 논쟁하고 싶지 않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더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면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글을 중국어로 남기며 독자 행보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도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 끊이지 않는 이탈 …소속사들 고심 깊어져



주결경처럼 중국계 아이돌 멤버가 한국에서 K팝 그룹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인 뒤 중국에서 독자 행보를 걷는 건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일이 됐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 그룹 소속이었던 중국 출신 한경, 크리스, 루한, 타오 등이 잇달아 소속사와 합의 없이 이탈해 자국에서 독자 활동에 나서 팬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업계 질서를 어지럽힌 전례가 있었다. 최근에는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한 대만 출신 라이관린이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 활동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돌연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에 계약 해지를 통보해 논란이 됐다.

가요계 관계자 A씨는 “중국은 시장이 넓고 자본력이 막대한 만큼 K팝 그룹 활동을 기반으로 자국 내 팬덤을 확보한 중국 출신 아이돌 멤버들이 현지 독자 활동에 대한 유혹에 쉽게 흔들린다”며 “한국 아이돌 멤버들과 달리 ‘한국에서 더 이상 활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일종의 자신감이 깔려 있어 계약 위반이라는 강수를 택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소속사의 지원 아래 체계적인 트레이닝은 물론 성형 수술까지 받은 뒤 데뷔를 코앞에 둔 시점에 이른바 ‘먹튀’를 하는 중국 출신 연습생도 적지 않은 편”이라고 전했다.

중국계 아이돌 멤버들의 계속되는 이탈에도 K팝 시장에서 그들을 끊임없이 기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기획사들이 그들을 필두로 중국 시장을 수월하게 공략하려는 전략을 택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획사들은 계약 분쟁 등의 불협화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현지 법인에 매니지먼트를 맡기고 그들의 자유로운 독자 활동을 위한 1인 기획사인 공작소를 설립해주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중국계 아이돌 멤버 관련 논란이 불거져 그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아이돌 중국런’이라는 부정적인 용어가 생겨난 지 오래고, 국내 활동을 문제없이 잘하고 있는 이들까지 ‘잠재적 이탈자’ 취급을 받는 탓에 충성도 높은 팬덤 형성이 어려워 기획사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중이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잦은 계약 관련 문제로 중국 출신 멤버를 데뷔조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