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러, 세계랭킹 2위 람 제압 '이변'..임성재 8홀 차 대승 낚아(종합)

by주영로 기자
2023.03.23 09:38:53

리키 파울러.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1대1로 승부를 가리는 매치플레이의 묘미는 ‘이변’이다. 4라운드 72홀 경기와 달리 18홀 단판 승부로 펼쳐져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예상 밖의 승부가 자주 연출된다.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달러) 조별예선 1차전에선 세계랭킹 2위 존 람(스페인)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세계랭킹 59위 리키 파울러(미국)에게 일격을 당해 16강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파울러는 이날 우승 후보 람을 상대로 2&1(1홀 남기고 2홀 차) 승리를 따내며 람을 16강 탈락 위기로 몰아넣었다.

세계랭킹이나 이번 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람의 절대적인 우위가 예상된 경기였다. 람은 이번 시즌에만 3승을 거뒀고, 세계랭킹 2위다. 반면, 파울러는 2019년 피닉스 오픈 이후 우승이 없고 최근 2년 동안은 플레이오프 페덱스컵에 진출하지 못했을 정도로 부진했다. 이번 시즌도 지난해 10월 열린 조조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적은 있지만, 올해 참가한 대회에선 피닉스 오픈에서 공동 10위를 기록한 게 유일한 톱10이다.

변수가 많은 매치플레이에서 이 같은 기록은 통하지 않았다.

람은 경기 초반 1번과 3번홀(이상 파4)에서 승리하며 앞서 갔다. 7번홀까지 2홀 차 리드를 지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파울러가 8번홀(파4)에서 1홀을 추격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 뒤 11번홀(파4)에서 다시 1홀을 더 추격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이어 12번홀(파4) 경기를 뒤집었다. 2온에 성공한 뒤 2퍼트로 버디를 잡아 처음으로 앞서 갔다.

15번홀(파4)에선 람이 어이없는 실수를 하면서 추격의지를 상실했다. 파울러가 두 번째 샷을 1.5m에 붙여 버디 기회를 잡고도 이 퍼트를 놓쳤다. 람은 파로 비길 수 있었으나 약 1.2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쳐 오히려 파울러에게 달아날 기회를 줬다.

람은 16번(파4)과 17번홀(파3)에서 추격에 나섰다. 남은 많지 않아 반드시 버디를 해야 무승부를 기대할 수 있었다. 아쉽게 2홀에서 모두 버디 사냥에 실패한 람은 패배를 인정했다.



람을 상대로 승리한 파울러는 16강의 청신호를 밝혔다.

조별예선 1차전에선 하위 시드 선수의 반란이 많이 나왔다.

8그룹 3번 시드의 김시우(28)는 2번 시드의 크리스 커크(미국)을 상대로 4&3로 승리해 승점 1을 확보했고, 11번 그룹에서 경기한 J.J 스폰(미국)은 톱시드의 매슈 피츠패트릭(잉글랜드)에 5&3(3홀 남기고 5홀 차)로 이겼다.

이 밖에도 맷 쿠차(미국)는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를 3&1, 호주 교포 이민우는 사이스 티갈라(미국)에 1홀(1UP), 벤 그리핀(미국)은 티럴 해튼(잉글랜드)를 상대로 3&1, 앤드루 퍼트넘(미국)은 윌 잴러토리스(미국)를 3&2로 제압해 하위 시드 반란에 동참했다.

매치플레이의 또 다른 묘미는 빠른 승부다. 이긴 홀이 남은 홀보다 많으면 18번홀까지 치르지 않아도 된다.

첫날 임성재는 매버릭 맥닐리(미국)를 상대로 12개홀 만에 승리를 따냈다. 2번홀부터 7번홀까지 연속해서 홀 승리를 따내 6홀 차로 앞서 가던 임성재는 8번홀(파4)에서 1홀을 내줬으나 이후 다시 10번홀부터 12번홀을 연속해서 가져오면서 6홀 남기고 8홀 차(8&6) 대승을 낚았다.

임성재는 “남은 매치가 많아 체력적으로 많이 아낄 수 있게 됐다”라며 “조별리그는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다. 2승을 해도 못 올라가고 연장전에 가는 경우도 있다. 항상 마지막 매치까지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첫날 하위 시드의 반란이 있었으나 우승후보들의 선전도 이어졌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잰더 쇼플리, 맥스 호마, 조던 스피스, 샘 번스, 패트릭 캔틀레이, 콜린 모리카와(이상 미국) 등은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최연소 출전한 김주형(21)도 알렉스 노렌(스웨덴)을 2&1으로 꺾고 조별예선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경훈(32)은 브라이언 하먼(미국)에게 3홀 차로 졌다.

64명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4명씩 16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조 1위 16명이 16강에 진출한다. 승리하면 1점, 무승부 0.5점씩 받는다. 3차전 뒤 동점이 나오면 서든데스 방식으로 연장전을 치러 16강의 주인공을 가린다. 1번홀부터 승자가 나올 때까지 경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