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자승자박이 된 文대통령의 '중립성' 경고

by정다슬 기자
2022.01.24 06:00:00

2021년 與대선 경선전 중립성 강조하며 민생 집중 당부
3월 대선 앞두고 전례없는 임기 연장 이뤄져
선관위 직원 2900명 반발 속 조해주 위원 자진사퇴
3월 대선 전까지 선관위 공백 불가피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12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2022년 주요업무 및 양대선거 종합선거대책회의에서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다.(사진=연합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여야 간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회복 등 현안과 민생에 집중하라”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지시한 내용이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여당 측 특성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등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됐다. 정작 대선을 2개월 앞둔 지금, 문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을 깡그리 잊어버린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쳐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사표를 반려하고 상임위원을 비상임위원으로 바꿔 임기를 연장하도록 했다. 전대미문의 인사에 정치권은 물론 선관위 내부도 발칵 뒤집혔다. 결국 대내외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조 위원이 다시 세번째 사표를 제출했다. 3월 대선 전에 후임 선관위원을 인선하는 것은 어려워 결국 선관위원 2명의 공석 속에 대선이 치뤄질 전망이다.



애당초 청와대가 조 위원이 지난해 7월 처음 사표를 냈을 때 이를 수리했다면 대선 전 선관위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조 위원이 두 번째 사표를 제출했던 올 초라도 사표를 수리했다면, 이같은 소동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청와대의 자승자박이다.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조 위원의 ‘꼼수’ 임기연장이 결정되자 중앙선관위와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선관위 직원 2900여명이 들고 일어나 반대성명을 낸 것이다. “내 거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조 위원의 저항에도 선관위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의심될 수 있다며 강하게 저항해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다시금 확진자가 늘어나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상공인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미중 경쟁,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대외 상황도 엄중하다. 청와대와 정부는 선거판에서 눈을 돌리고 방역과 민생에 집중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차기 정부에 좋은 대한민국을 물려주는 청와대의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