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臣의 '비수'..코언 "트럼프, 입막음용 돈 지시"

by이준기 기자
2018.12.15 06:18:44

"트럼프 말 믿을 사람 없을 것..그가 지시"
"더는 트럼프 이야기 속 악당 되지 않을 것"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도 거짓 주장 펴"
코언 ''ABC 인터뷰''로 폭로..탄핵론 고개?

사진=A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 개인변호사이자, 충신 중 한 명이었던 마이클 코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난 2016년 미 대통령선거 당시 트럼프와의 성추문 의혹 당사자인 여성 2명에 건넨 ‘입막음용’ 돈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폭로한 것이다. 최근 과거 입막음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 워싱턴D.C 정가 일각에서 ‘탄핵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최측근이었던 코언 마저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코언은 14일(현지시간) 방송된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입막음용 돈을 건네야 하는) 자신의 일이 잘못이라는 걸 알았고 ‘입막음 협상’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화가 났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충성’으로 그런 행위를 했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입막음용 돈을 지급하도록 지시했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성관계 의혹)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매우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내가 지시한 일이 없다’고 부인한 데 대해 그는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형량 감축을 위한 거짓 주장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도 “그도, 나도 진실을 안다”고 반박했다.



코언은 한때 트럼프 대통령에 충성했던 과거를 후회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진실로 충성을 받을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충성을 바쳤다. 내가 거짓을 말하는 건 이제 끝났다. 충성도 끝났다”며 “남은 인생을 내가 한 잘못을 바로잡으며 보낼 것이고 더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이야기 속의 ‘악당’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더러운 행위에 대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슬프다”고도 했다.

더 나아가 코언은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 주장을 펴고 있다고 했다. 코언은 “(로버트 뮬러) 특검팀은 내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만 상당한 양의 정보를 갖고 있다”고 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통령직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대로 소리 지르며 지시하고 사람들이 맹목적으로 이를 따르던 ‘트럼프 오거나이제이션’과 다르다”며 “여기(국정운영)엔 시스템이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라가 이보다 더 분열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슬프다”고 했다. 이어 “트위터를 그만두고 나라를 통합하라”고 조언했다.

코언이 ‘입’을 연 건 지난 12일 1심 선고 공판 이후 처음이다. 앞서 코언은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와 성 추문에 휩싸인 2명의 여성에게 이른바 ‘입막음용 돈’을 지급하고 의회에서 위증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에 처했다. 뮬러 특검에 의해 기소된 코언은 법원 공판에서 선거자금법, 금융사기, 탈세 등 8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 산정 때 감형을 받는 플리바겐(Plea Bargain·사법 거래)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