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자아빠` 우병우, 공직을 떠나야하는 이유

by양희동 기자
2016.07.29 03:00:00

베스트셀러 `부자아빠, 가난한아빠`와 닮은 투자법
부동산 투자로 레버리지 효과, 법인 통한 절세까지
자기 사업하는 부자아빠는 국민 위한 공직과 안맞아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악착같이 종잣돈을 벌어 부동산 투자로 레버리지 효과를 얻고 법인을 통한 절세 혜택도 잘 활용하라.”

로버트 기요사키라는 일본계 미국인이 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란 책에 나오는 부자가 되는 방법이다. 이 책은 국내에도 지난 2000년 소개돼 10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다. 당시까지 저축이 미덕이던 우리나라에 부자와 재테크란 개념을 처음 소개한 책이기도 하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가족의 재테크 방식은 이 책에 나오는 부자 아빠와 너무 닮아있다. 우 수석 가족은 100% 지분을 가진 ㈜정강이란 법인을 통해 부동산신탁과 토지, 건물 등을 사들여 투자를 하고 세금도 아꼈다. 직원도 사무실도 없는 이 회사의 외부감사는 우 수석 처가 소유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건물에 세들어 있는 회계법인이 맡았다. 심지어 회계법인의 부회장은 우 수석의 친척이었다. 그런데도 우 수석은 “드러난 불법 행위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우 수석이 자신의 논란에 대해 내놓은 마지막 공식 해명은 지난 20일 청와대 기자회견이었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 당시 우 수석의 해명을 다시 읽어보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우 수석은 2011년 3월 처가와 넥슨과의 서울 역삼동 부동산 계약 당일 장모를 위로하기 위해 그 장소에 갔다고 했다. 장모에게는 우 수석을 포함해 사위가 4명이나 있다. 더욱이 우 수석 손윗동서인 맏사위는 고(故) 이상달 정강중기·건설회장 등 처가와 함께 20년 넘게 사업을 해 왔다. 장모가 단순히 위로를 받기 위해 검사로서 공직에 몸 담고 있는 둘째 사위를 근무시간에 불러냈다는 해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또 ㈜정강은 고 이상달 회장이 운영하던 ‘정강중기 주식회사’가 이름을 바꾼 곳으로 우 수석 가족에게 상속되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회사였다. 절세를 목적으로 법인을 운영한 것은 온전히 우 수석 가족의 의지였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부자 아빠는 아들에게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지 말고 네 사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만약 우 수석이 부자 아빠로 남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고위공직자의 자리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정강의 법인 등기부등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