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Story]위법논란 직영점 어쩌나..위기의 LG유플러스

by김현아 기자
2015.06.28 07:46:0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LG유플러스(032640)가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동통신 분야에서 사상 최대의 과징금이나 영업정지는 물론 조직 개편까지 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죠. LG유플의 2014년 매출은 10조 9998억 원, 이중 무선 매출은 5조 2117억원입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5일 강원도 태백시에 위치한 이통3사 대리점들을 방문해 “유통점들의 대외적 경영 여건이 어렵지만 유통현장에서의 메르스 조기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고, 유통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방통위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사진은 LG유플러스 대리점. 출처: 방통위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LG가 보유한 450여개 직영점이 현행 법률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LG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에서 일반 이동전화 유통점과 똑같이 법정 지원금외에 15%를 추가로 지급하는 일이 위법입니다.

단통법 제2조(정의), 제4조(지원금의 과다지급 및 공시)에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의 정의만 있을 뿐, LG유플러스처럼 본사 직원이 직접 직영점에서 일하는 ‘본사 직영점’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대리점은 이통사와 이용자간 계약체결을 대리·위탁받아 처리하는 자이고, 판매점은 대리점과 협정해 재위탁 처리하는 자일 뿐이죠.

법문대로 보면 LG유플러스의 직영점들은 법에 없는 유령인 셈이고, 이들이 법정 지원금 외에 15%를 추가로 고객에게 줬다면 제15조(과징금)에 따라 처벌이 불가피합니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
LG의 위법 상태는 왜 이렇게 오래 방치돼 왔을까요. 정부 당국에서는 지난해 단통법 국회 통과이후 이 문제가 계속 논란이었습니다.

그래서 LG에 다른 이통사들처럼 직영점을 직접 운영하지 말고 자회사 형태로 분사시키라는 요구를 해 왔죠.

SK텔레콤이나 KT도 직영점을 운영하지만,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자회사 형태로 합니다. 이리 되면 법 상 대리점 위치를 취득해 법 위반이 아닙니다.

LG로서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습니다.

본사 직원이 외부 협력업체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직영업들을 분사하겠다고 할 경우 극심한 내부 혼란이 염려되고, 직접 운영이냐 자회사 운영이냐가 유통시장 상생 측면에서 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작용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 문제를 더 이상 덮고 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배덕광 의원(새누리)이 본사 직영점에 대한 법적 위치를 명문화하고, 15% 추가 지원금을 줄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기 시작한 겁니다. 배덕광 의원은 공동 발의 의원을 모으면서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배 의원 측은 “작년 단말기유통법 국회 통과 시 (현존하는) 본사 직영점을 고려하지 못한 입법 미비가 있었다”면서 “이를 바로 잡아 소비자들이 마음 놓고 직영점에서도 15% 추가 지원금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기자가 봐도 국회에서 법안을 만들 때 LG유플러스의 본사 직영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LG유플러스 직영점은 자회사로 분리하라는 것은 없었죠.

그러나 이 소식이 알려지자, 유통분야 소상공인들의 협회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단통법에다 메르스로 유통 소상공인들의 생계가 막다른 곳인데, 거대 통신 재벌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에서도 15% 추가 지원금을 주도록 합법화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법안 저지 방침을 밝혔습니다.

상생 관점에서 이통사 직영점 출점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상황인데, 국회가 나서 LG직영점을 살리는 법을 추진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로서는 더 난감한 상황입니다. 입법 미비를 바로잡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느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LG 직영점이 위법 상태임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방통위 내부에는 전국에 있는 450여개 LG직영점들이 15% 추가 지원금을 줘 왔고 본사 직원(직영점 직원)에게 주는 보너스도 현행법상 불법 지원금 소지가 있다는 걸 고려하면 대규모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입법 미비 측면이 있으니 자회사로 분리하겠다고 선언한다면 과거의 일은 계도 차원에서 묻고(?)가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방통위가 이통3사와 마련 중인 ‘이통시장 상생방안’에 담길 이통사 직영점 출점 제한이나 일요일 휴무 등에 LG가 전향적으로 협조한다면 제재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단통법 시행 3주차,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 상가 상인들이 2014년 10월 13일 통신 3사 본사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LG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통신 대기업들의 직영점 진출이 우리만 아닌데 우리만 당한다’는 억울함에 대한 호소나, ‘경쟁사들이 흔들기에 나섰다’는 비판은 도움이 안 될 듯 합니다.

율사 출신의 위원장이 이를 눈감고 넘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인데다, 무엇보다 방통위는 현행법을 불편부당하게 집행하는 것에서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회에 단통법이후 국내 이동통신 유통시장의 문제점은 없는지,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중소 상인들과의 상생을 찾을 지혜는 무엇인지 등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모든 문제를 수면 위에 올려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고,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는 전략 같은 것말입니다.

꼴찌 LG텔레콤이 LTE에서 잘 나가는 LG유플러스로 바뀐 저력만큼,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가운데)과 직원들이 4월 6일 용산 사옥 시대 자축을 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