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美 진출 준비하나…김범석, 현지 정·재계 광폭 소통 행보

by윤정훈 기자
2021.08.02 06:00:00

김범석 의장, 美서 연일 정·재계 인사 만나며 광폭 행보
상무부 부장관 만나 이커머스 협력 약속
비영리 외교단체 만나서 아시아 이커머스 사례 스터디
미국서 쿠팡 새로운 비즈니스 시작할 가능성도 제기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미국에서 정·재계 인사를 만나며 글로벌 경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의장은 지난 5월 말 쿠팡 의장직과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후에 미국에 머물면서 쿠팡의 미래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김범석(좌) 쿠팡Inc 의장이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미국 상무부)
1일 업계에 따르면 김 의장은 최근 미국 상무부와 비영리 외교센터인 메르디안 인터내셔널 센터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쿠팡의 이커머스 혁신 사례와 해외진출에 대한 애로사항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달 14일에는 미국상공회의소 행사에 참여해 쿠팡의 이커머스 철학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의장은 지난 달 15일에는 메르디안 인터내셔널 센터가 주최한 조찬 모임에 참석해 쿠팡을 소개하고 아시아 지역의 이커머스 산업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는 스튜어트 홀리데이 메르디안센터 회장, 애쉬옥 미프리 주미싱가포르 대사, 타마키 츠카다 주미일본대사 등 아시아 재계·외교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김 의장은 최근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에 진출한 쿠팡의 해외 사례 등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16일에는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을 만나서 글로벌 이커머스시장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재계는 미국 사업을 하지 않는 쿠팡이 미국 상무부와 만났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국내기업 중에서는 미국에서 직접 사업을 하는 삼성, 현대차, SK 등 국내 대기업 관계자들이 미국 상무부를 만나서 현지 투자와 관세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진출을 위해 김 의장이 지금부터 차근차근 미국 정부와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향후 진출한다면 쿠팡은 이커머스 사업 보다는 동남아시아에서 하고 있는 퀵커머스를 선뵐 가능성이 크다. 이커머스 원조 공룡이 아마존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정면 돌파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뉴욕과 같은 밀집된 도시 지역에서 퀵커머스 사업은 쿠팡에게도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쿠팡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쿠팡은 뉴욕증시에 상장하고 본사도 미국에 있기 때문에 투자자와 미팅을 위해서 김 의장이 미국에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본다”며 “미국에서 서비스를 당장 시작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로 본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가 한국에서 논란이 되면서 본사가 있는 미국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김 의장이 미국 정계 인사를 만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쿠팡은 지난 2월 상장하면서 투자설명서에 △치열한 한국 이커머스 시장 △중대재해처벌법 등 한국의 노동환경 △이커머스에 대한 규제 등을 위험요소로 기재한 바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이 한국에서 ESG 표준에 못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주요 투자자들이 있는 미국에서 정계 인사를 만나는 것일 수도 있다”며 “한국의 40대 사업가가 미국에서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김 의장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미국에서 시험하기 위해 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