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호조' LS전선, 1300억 규모 자사주 매입 속내는?

by박정수 기자
2021.06.16 05:30:00

주가 수년간 공모가 대비 평균 65% 수준
책임경영 차원…“묶여 있던 자산 유동화 기회 부여”
일반주주 190만주로 자사주 매입 규모가 커
주가 오르자 대주주 일가 지분 현금화…“양도 개인 선택”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경기도 안양시 LS타워에서 ESG경영 비전 선포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장외(K-OTC)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LS전선이 13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에 나선다고는 하나 사들이겠다고 한 자사주 규모가 일반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물량을 웃돈다는 점이 특히 이목을 끌고 있다. 최대주주를 비롯한 대주주 일가 지분까지 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

최근 전선 업황이 호황인 가운데 판가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전선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상태라 대주주 일가 시세 차익도 고려한 자사주 매입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S전선은 지난 8일부터 오는 7월 8일까지 총 13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취득예정주식은 보통주 211만1418주로 장외매수를 통해 취득할 예정이다.

취득목적은 주식거래 유동성 부여 통한 주주가치 제고다. 회사 측은 주주들에게 묶여 있던 자산 유동화 기회를 부여,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0년 LS전선 최초 공모가는 5만7500원으로 LS전선에 따르면 이 회사의 주식은 수년간 최초 공모가 대비 평균 65% 수준에 머물렀다. 실제 LS전선 주가(가중평균주가 기준)는 2020년 평균 2만9927원, 2019년 3만286원, 2018년 3만2835원 수준이다.

이에 LS전선은 기업공개(IPO)를 기다려 온 주주 보상 차원에서 주당 매수 가격을 6만1570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LS전선 관계자는 “장외 거래 주식은 유동성이 낮아 현금화가 어렵다”며 “주주들의 주식이 장기간 묶여 있어 자산을 쉽게 처분할 기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다만 LS전선이 이번에 매입하는 규모는 현재 일반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넘어선다.

지난 1분기 LS전선 분기보고서를 보면 유통주식수는 총 1874만8482주다. 이 가운데 LS가 1677만1158주(지분율 89.44%)를 가지고 있고 구자열 LS그룹 회장(3678주)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가 총 7만3000주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가지고 있는 주식이 1684만6310주(지분율 89.85%)에 달한다. 이에 일반주주가 가지고 있는 LS전선 주식은 190만주 수준이다. 이번에 LS전선이 매입하는 자사주(211만1418주)가 21만주 많다.

특히나 전선업체 주요 원재료인 전기동의 톤당 평균 가격이 지난해 755만원에서 올 1분기 982만원으로 30.1% 상승하면서 주가가 최근 큰 폭으로 올라 이번 자사주 매입은 최대주주들의 지분 현금화도 고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실제 LS전선 주가는 자사주 매입 공시(4월 28일) 전 5만4000원대를 돌파했고 현재는 6만원대도 넘어선 상황이다.

한 증권사 재무담당자는 “자사주 매입 가격은 상법상 정해진 수준이 있으므로 사측에서 자체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일반주주를 넘어서 최대주주까지 포함한 것이 주주가치 제고 목적과 들어맞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떠한 면에서는 완전 자회사를 만들기 위한 일환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S전선 관계자는 “외부 회계법인 공정가치 평가방식으로 가치평가를 통해 자사주 매입가를 결정했다”며 “최종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가 안 맞을 수도 있으나 유동성 부여 취지에서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상법상 요건을 지켜가면서 자사주를 취득해야 하므로 모든 주주에게 균등하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판단”이라며 “대주주 일가에게도 처분 기회를 마련한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LS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주식 양도를 결정할지 아직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며 “대주주 일가 또한 양도는 개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전선주 주가가 많이 올라 기관을 비롯한 개인 주주들이 주식을 더 보유할 수도 있기 때문에 100% 자사주 매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