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추억의 음식이야기… 레진코믹스 ‘초년의 맛’

by김정유 기자
2020.01.04 06:00:00

에피소드 형식의 음식 웹툰, 초년생 이야기 다뤄
음식 통해 위안, 실패 극복… 담담하게 그려내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누구나 하나 쯤은 추억의 음식이 있을거다. 어떤 이에겐 군대 시절 초코파이가 잊지 못할 음식일 것이고, 또 어떤 이에겐 구수한 된장찌개가 추억의 음식일 것이다. 기자에겐 매콤한 고추장아찌가 추억의 음식이다. 어디서든 이 음식을 먹을 때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해준 고추장아찌의 맛을 혀와 머리가 아닌, 심장이 기억한다. 이렇듯 음식과 우리의 인생은 연관이 깊다. 레진코믹스 ‘초년의 맛’은 이런 사회초년생들이 겪는 상황 속에서 음식이 주는 아련한 추억을 담담하게 표현한 감성 웹툰이다.



‘초년의 맛’은 1회차당 완결되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된다. 1회당 각기 다른 주인공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음식과 결합해 풀어나간다. 공통점은 주인공 모두가 비교적 잘 나가지 못하는 사회초년생들이라는 것. 찌질하고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주인공들은 과거 자신의 추억의 음식을 통해 현재를 이겨나간다. 이 과정을 너무 자극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것이 이 웹툰의 장점이다.

1화 ‘참 애매한장례식’을 시작으로 ‘엄마의 매실 엑기스’, ‘행운의 김밥’, ‘결혼식과 된장찌개’ 등 각각의 스토리가 다 다르다. 음식을 통해 위안을 얻고, 마음을 전하고, 실패를 극복하며 마음을 여는 이야기들이다. 이 웹툰에 나오는 음식들은 대부분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을만한 것들이다. 육개장, 김밥, 떡볶이, 된장찌개 등등. 특이점은 작품 전체가 흑백인 반면 음식만 컬러라는 점이다. 음식을 주제로 한 웹툰이지만 타 만화들처럼 음식이 주가 되지 않고 오히려 주인공들의 스토리가 주가 되는 형식인 것도 차별점이다.

작화도 담담한 이야기 전개와 적절히 어울린다. 간결한 펜 터치로 캐릭터들의 감정 묘사를 절제하듯 표현한다. 이런 연출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을 더 투영하게끔 만든다. 지금 현재 사회초년생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이고, 직장인들 입장에서도 과거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주제인만큼 웹툰과 독자간의 감정 소통이 활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