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진정한 ‘카카의 시대’가 도래했다

by송지훈 기자
2007.12.10 13:37:53

▲ 카카 [로이터/뉴시스]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AC밀란의 브라질 산(産 )‘꽃미남’ 플레이메이커 카카(25)의 질주가 멈출 줄 모른다. 그야말로 물이 제대로 올랐다는 느낌이다. 삼바군단이 배출한 수많은 현역 스타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리그와 A매치 공히 준수한 기량을 선보이며 팀 내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기복 없이 경기를 지배한다.

몸담고 있는 소속팀(AC밀란, 브라질국가대표팀)의 무게감을 생각한다면 더욱 눈부신 활약상이다. 전문가와 팬들의 평가 또한 꾸준히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22살이던 2004년 세리에A MVP에 오르며 일찌감치 이탈리아 무대를 평정한 카카는 3년 만인 올해 각종 시상식을 평정하며 명실상부 ‘세계 최고 별’로 우뚝 섰다.

8월 유럽축구연맹(UEFA) 선정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데 이어 10월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소속 선수들의 투표를 거쳐 MVP로 뽑혔다. 최근(12월5일)에는 프랑스 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선정하는 ‘발롱도르(Ballon D’Or, 올해의 선수)’의 주인공으로 결정돼 또 한번 웃었다. 1956년 제정돼 5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발롱도르는 전세계 축구기자들의 투표로 결정되며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카카가 FIFA 올해의 선수 후보 명단에도 이름을 올려놓았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수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C.호나우도(맨체스터Utd./포르투갈) L.메시(바르셀로나/아르헨티나) 등과 경합 중인데, 만약 12월17일에 열릴 시상식에서 카카의 이름이 호명될 경우 명실상부 ‘시상식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카카의 시대’ 도래를 만천하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올해 카카가 세계축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역시나 2006-07시즌 UEFA챔피언스리그에서의 맹활약이 첫 손에 꼽힌다. 지난 시즌 주축 멤버들의 노쇠화와 부상, 확실한 해결사 부재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린 AC밀란은 그러나 명문클럽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통산 7번째 유럽 제패를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가 바로 카카다. 로쏘네리군단(AC밀란의 애칭)의 정상 정복을 주도하며 13경기서 10골을 터뜨려 당당 득점왕에 올랐다. R.반 니스텔루이(레알마드리드) D.드로그바(첼시) P.크라우치(리버풀) F.모리엔테스(발렌시아/이상 6골) 등 내로라하는 특급 골잡이들을 발아래 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은 결과물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터뜨려주는 능력 또한 빛났다. 본선 조별리그 3,4라운드(1-0승, 4-1승)서 연속 결승골로 결선 토너먼트행을 확정지은데 이어 셀틱과의 16강 2차전(1-0승)에서는 연장전 돌입과 함께 득점포를 가동, 팀을 8강으로 인도했다. 맨체스터Utd.와의 4강 2차전(3-0승)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것이나 리버풀과의 결승전(2-1승) 당시 팀 동료 F.인자기의 2골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 것 등도 영광의 기억을 반추하는 홈팬들 사이에서 빠짐없이 거론되는 발자취다.

리그를 통해 선보인 경기력 또한 흠잡을 곳 없었다. 승부조작 스캔들 여파로 2006-07시즌 내내 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상황에서도 카카만큼은 독야청청했다. 중원 사령관으로 꾸준히 활약했을 뿐만 아니라 포워드 라인의 동반 붕괴로 어려움을 겪던 무렵엔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소화하며 골 가뭄 해소에 힘을 보탰다. 팀 성적(4위)이 다소 미흡한 가운데서도 현지 전문가들로부터 ‘상위권 유지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으며 찬사를 이끌어낸 배경이다.

올 시즌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망주 A.파투(전 인터나시오날) 이외에 이렇다 할 자원 보강 없이 정규리그에 돌입한 AC밀란의 공격 핵은 여전히 카카다. 13라운드 현재 7골을 터뜨려 ‘주포’ A.질라르디노(5골)를 제치고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 중이다. P.말디니 A.네스타 등으로 이어져 온 간판스타의 지위 또한 어느덧 오롯이 카카의 몫이 됐다.

전술적 비중, 물 오른 기량, 팀을 최우선시하는 헌신적 플레이스타일 등이 두루 어필한 결과다. 근래 꾸준히 제기되는 카카의 이적 소문에 대해 클럽 경영진이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또한 달라진 팀 내 위상에 근거한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 고무적인 건 카카가 여전히 성장 중이라는 사실이다. 채 완숙기에 접어들지 않은 20대 중반의 나이, 신앙심에 근거한 모범적 생활 태도, 식을 줄 모르는 축구 열정, 잘 생긴 외모에 근거한 상품성 등은 진화의 끝을 속단키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어느덧 로쏘네리와 삼바군단에서 공히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성장한 카카의 업그레이드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잘생기고 축구 잘하는 25살 브라질 청년의 거침없는 행보에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베스트 일레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