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산업전환기 노조가 가야할 길

by송길호 기자
2022.06.13 06:15:00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승리의 신은 누구를 사랑할까?, 승리의 신은 ‘준비된 이’를 사랑한다(Victory loves preparation). 2011년 개봉된 영화 ‘메카닉’에 나오는 명대사이다. ‘메카닉’은 정비공, 기계공을 의미하는 단어이나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준비된 기술자’를 암시한다.

며칠 전 어느 노동조합의 사무실을 방문하여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긴 시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이들의 고민은 한결같이 모든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변화에 대응하여, 어떻게 하면 선제적으로 ‘준비된 조합원, 승리하는 조합’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소개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은 우리나라 해운 및 선박관리산업 분야의 조합원 수천 명으로 구성된 단위노조이다. 놀랍게도 직접 방문하고 자세히 살피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되었다. 그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차분하게 미래를 대비하며 준비해 놓은 인프라가 있다. ‘노사정’이 한 빌딩에 입주하여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구성된 ‘한 지붕 세 가족 클러스터’이다. 건물주는 노동조합이다. 여기에 선박관련협회와 정부 기관인 선원고용복지센터가 있으며 선원과 가족을 위한 교육장, 헬스장, 커피숍, 옥상 정원공원 등이 잘 마련되어 있다. 조합원의 경력개발과 복지증진을 위한 기본 인프라는 탄탄하게 잘 준비되어 있다.

현재 한국은 세계 1위의 조선국이며, 세계 7위의 해운 국가이다. 전 세계 국가 총생산 규모가 1995년 이후 두 배로 증가하는 동안 무역은 4배 증가했고, 바다는 무역 및 수송에서 2050년까지 30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어 해운 및 선박관리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러나 해운 분야는 해상노동의 특수성으로 인해 조합원의 단결과 소통이 근본적인 제약을 받는 구조이다. 아울러, 현재는 양질의 선원 부족이라는 조건 속에서 표면화되어 있지 않지만, 구조적 고용불안에 처해 있다. 선원의 고령화와 선원 취업 기피 경향,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고용구조 변화와 고용감소 가능성, 저임 경쟁국의 추격 및 외국인력의 증가 등 여러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노동조합 활동의 기초인 조합원 증대와 조합비의 추가적 인상에 기초한 노조의 사업 확대 및 지속 가능성에 위협이 되고 있다.

해운산업에서도 인공지능 및 로봇과 협업할 수 있는 디지털 역량이 더욱 중시되고 있고, 5G 통신 기술과 위성시스템이 보편화되면서 무인 자율선박 시대가 열리고 있다. 또한 해운산업의 범위가 해양자원의 개발과 활용 등 타 산업과의 접목으로 영역이 넓어지면서 선원의 업무 영역 또한 바다를 넘어 육지와 하늘에서 해운과 관련된 업무로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이다.

2020년 유럽연합(EU)은 에라스뮈스 프로그램을 통해 ‘SkillSea’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1세기에 필요한 해양 분야 미래기술과 역량 요구를 예측하고 있는데, 교육과 산업 클러스터의 협업, 디지털화 교육이 핵심이다. 도출한 결과 중 하나는 디지털 트윈 등 시뮬레이션 기반 학습, 그리고 평생 학습에 대한 기대이다. 여기에는 온-보드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대응해 ICT 및 디지털 스킬, 온-보드 경력을 발전시키고 육상 경력으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선원의 리더십과 경영관리에 대한 소프트 스킬 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해사기구(IMO) 및 산하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는 회원국 대표들이 2050년까지 해운 부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기로 합의하여 해양산업의 친환경 녹색 스킬 또한 중요한 이슈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신기술(New-Skill)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유럽의 여러 국가 사례와는 많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 노동조합이 가야 할 새로운 길은 급변하는 산업전환기를 대비한 선제적 노력이다. 노사정 파트너십으로 노동자의 생애 경력설계, 신기술 및 노동전환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시대정신이다. 새로운 노조활동의 패러다임에 ‘스마트 마린’을 향한 ‘준비된 노조’가 선도 모델이 되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