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65일]③ “윤석열만 보이네”…존재감 사라진 野잠룡들

by송주오 기자
2021.03.09 05:00:00

윤석열 외 홍준표·유승민·원희룡 존재감 미약
재보선 이후 야권발 정계개편 불가피
선거결과 따라 尹 행보도 결정될 듯
"국민의힘, 서울시장 선거 이기면 尹과 함께 하는 그림 연출 가능"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범야권의 차기 대선 분위기는 초상집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가려 존재감이 보이지 않아서다. 재보궐 선거 이후 야권발(發) 정계개편과 맞물려 윤 전 총장 중심으로 범야권의 차기 대선판이 흐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여론조사 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5일 실시해 이날 공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32.4%를 얻은 윤 전 총장이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범야권의 잠룡들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7.6%를 그나마 선방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각각 2.0%, 1.3%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대권 레이스에서 사실상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탓에 범야권은 윤 전 총장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반(反)문재인 연합에 중도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범야권이 지속적으로 윤 전 총장에게 손을 잡자고 러브콜을 보내는 배경이다.



다만 오는 4월 재보궐 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선거결과에 따라 야권발 정계개편의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승리하고 그 분위기를 타고 본선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을 이긴다면 차기 대선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짜일 수 있다. 이럴 경우 일각의 전망과 달리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손을 잡는 그림도 연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의 경우라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후보직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뺏긴다면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당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후보도 내지 못하는 정당’이란 비판 속에서 합종연횡하며 정계개편이 대규모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돈다. 국민의힘의 해체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렇게 흘러가면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보다 대안 세력, 즉 ‘제3지대’와 손을 잡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의 야권 단일화 과정과 선거 결과가 윤 전 총장의 선택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윤 전 총장의 부상으로 정계개편은 불가피하다. 범야권의 후보들은 존재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현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손을 잡기는 힘들다. 하지만 재보궐 선거결과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승리한다면 국민의힘의 구심력이 강해져 윤 전 총장도 합류를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