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혁신학교 강행에 헬리오시티 주민들 뿔났다

by김소연 기자
2018.11.26 05:00:00

신설학교, '혁신학교'로 교육감 임의지정 가능
학부모 의견 묻지도 않고 혁신학교 개교 추진
혁신학교 운영 원칙, 학급당 25명이하도 위배
학부모들 "개교 이후 혁신학교 동의 물어라"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내 혁신학교 지정을 두고 입주 예정인 주민들과 서울시교육청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단지 내 학교를 혁신초등학교와 혁신중학교로 지정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주민들은 학급당 학생수가 과밀학급 수준이어서 혁신학교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반대하고 있다.

마찰은 서울교육청이 이들이 아직 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가 아니란 이유로 아예 의견 반영을 배제하면서 불거졌다.

주민들은 신설학교라는 이유로 자녀가 입학할 예정인 예비학부모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서울교육청이 임의대로 혁신학교로 지정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설학교는 학부모가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의견을 받지 않아도 된다.

가락초와 해누리초·중은 지정권한을 쥐고 있는 혁신학교 운영위원회에서도 이견이 나와 혁신학교 의결을 하지 못했다. 결국 위원회는 혁신학교 지정여부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위임했다.

25일 헬리오시티 입주민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당국은 내년 3월 헬리오시티 단지 내 가락초등학교와 해누리초·해누리중이 개교할 예정이다. 가락초는 2014년부터 휴교하다 입주민이 들어오는 내년 3월 다시 학교를 연다. 가락초는 병설유치원을 제외하고 55학급이 예정돼 있다.

서울교육청은 가락초와 해누리초·중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획일적인 교육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학교나 교사가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교육과정을 만드는 새로운 학교 형태다.

해누리초와 해누리중은 서울 최초로 통합운영학교로 개교한다. 해누리초·중은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연계 운영하는 학교로 한 학교 안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같이 있는 유형이다.

해누리초·중학교 교장은 1명, 초·중 교감이 2명 체제로 운영된다. 초등학교는 26학급(특수 1학급 포함, 798명)·중학교 19학급(특수 1학급 포함, 612명)으로 총 45학급(1410명) 규모다.

학부모들은 서울교육청이 혁신학교를 늘리기 위해 학부모 동의를 받지 않아도되는 신설학교를 혁신학교로 미리 지정하는 꼼수를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학교에서 혁신학교로 전환할 때는 학부모·교원 50%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새로 개교하는 혁신학교는 서울시 혁신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의결하게 된다. 재학생이 없는 만큼 학부모의 동의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개교할 때부터 혁신학교로 개교한 학교는 지난 9월1일 기준 총 24개교다. 지난 2011년 3월 개교한 은평구 서울은빛초를 시작으로 △초등학교 13곳 △중학교 5곳 △고등학교 6곳이다.

헬리오시티 주민들은 일단 일반학교로 개교하고 이후 혁신학교 전환여부를 학부모의 동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할 자녀를 둔 이은성(42,가명)씨는 “학부모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견을 들을 수 없다는데 입주예정 계약서 등으로 학부모가 될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다”며 “만약 서울교육청에서 학부모 특정이 곤란하다면 3월 일반학교 개교 이후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혁신학교 전환 의견을 물으면 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김지은(38, 가명)씨는 “내년 2월에 입주할 예정이다. 입주 후 한달 뒤면 학부모인데 아직 학교가 문을 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견 수렴 없이 혁신학교 지정을 강행하는 건 서울교육청이 혁신학교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교 예정인 학교 학급상 학생수가 30명이 넘는다는 점도 문제다. 혁신학교는 교사와 학교 재량으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으나 과밀학급에선 운영이 쉽지 않다. 현 입주예정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에서 해누리초는 한 반에 31.9명, 해누리중은 한 반에 34명으로 추산됐다.

교육청이 올해 4월 발표한 ‘2018 서울형혁신학교 운영 기본계획’에는 혁신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 이하로 편성하게 했다.

헬리오시티에 1월 입주할 박은정(31,가명)씨는 “한 반에 30명 이상씩 과밀학급이 예상되는데 어떻게 혁신학교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교육청에서 정한 기준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헬리오시티 입주예정자들은 지난 3월 혁신학교를 반대한다는 학부모 2018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청에 전달했다. 학부모들은 오는 30일 서울교육청 앞에서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신설학교가 혁신학교로 개교할 때는 임의 지정이라는 규정이 있어 혁신학교로 지정해왔다. 그 정책 기조 안에서 논의 중”이라며 “30일 공청회가 예정돼 있어 주민과 학부모들의 의견 듣고 혁신학교 지정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