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시대 방위산업]① F-35 스텔스 전투기를 움직이는 힘 '소프트웨어'

by김관용 기자
2018.02.23 05:00:00

F-35 스텔스기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韓 기술 수준은 美의 75%
1960년대 생산된 F-4 전투기
소프트웨어 기능 구현 8%뿐
2007년 개발된 F-35는 90%
방위산업 후발주자 韓은
여전히 하드웨어에 매달려

우리 군은 ‘자주국방’의 기치 아래 1960년대부터 국산 무기 개발을 위해 노력해 왔다. 60여년 동안 쌓아온 기술력은 해외 수출로 이어지며 결실을 맺고 있다. 그러나 방위산업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프트웨어(SW) 보다 하드웨어(HW)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핵심 기술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를 국내에서 조립하는 수준이 국산 무기 개발의 현주소다. 무기체계에서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기능 구현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산무기 경쟁력 강화와 방위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선 소프트웨어 관련 연구개발이 절실하다. 이데일리는 현재 한국의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기술 역량을 진단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과 발전 방향에 대해 5회에 걸쳐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국내 기술로 만든 육군 K2 흑표전차가 적 대전차 유도탄 회피 기동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미국의 최신 전투기인 F-35는 뛰어난 스텔스 성능을 갖춰 적의 레이더망을 뚫고 적진 상공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 ‘베라레이더’를 통해 500km 이내의 스텔스기까지 탐지할 수 있으며 최대 20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게다가 정밀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JDAM)과 적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및 레이더기지 파괴용 정밀유도활강폭탄(SDB) 등을 탑재해 지상 표적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우리 군도 공군용으로 개발된 F-35A 6대를 올해 미국 현지에서 인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총 4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F-35 전투기가 막강한 성능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은 소프트웨어(SW)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구현해 냈기 때문이다. F-35 전투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를 작동시키기 위해선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가 필수다. 자동제어와 사격통제 등 특정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응용 소프트웨어다. 운영체제와 응용 소프트웨어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데이터 분배시스템(DDS) 등도 소프트웨어다. 각종 장비들을 전투기에 통합시키는 역할 역시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이에 따라 F-35 전투기는 90%가 소프트웨어에 의해 기능이 구현된다. 1960년대 생산된 F-4 전투기의 경우 임무기능의 8%만이 소프트웨어로 구동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그만큼 무기체계가 첨단화 되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무기체계의 소프트웨어 규모 역시 늘어나 매우 복잡한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F-35 전투기의 경우 소스 코드 라인 수를 의미하는 KSLOC(Thousand Source Lines of Code)가 1만8200 KSLOC나 사용됐다. 국내에서 개발된 전차의 경우에도 1999년 K9 자주포는 120 KSLOC의 코드가 사용된데 반해 2007년 개발된 K2 전차는 620 KSLOC으로 소프트웨어 규모가 늘었다. 미국의 스텔스 구축함인 줌월트(Zumwalt)급 신형 함정 건조 사업에는 통합 함정 컴퓨팅 환경(TSCE)이 적용됐다. TSCE는 전투체계·전력 통제체계·자동손상 통제체계·함 내외 통신체계 등 각종 통제 시스템을 하나의 통제 환경에서 운용되도록 개발하는 것이다. TSCE에서도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무기 체계 소프트웨어는 크게 함정이나 전차, 전투기 등 무기 플랫폼에 탑재돼 운영되는 소프트웨어와 감시 및 타격 체계를 연동해 전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 등의 전장관리정보 소프트웨어로 구분된다.

무기체계는 적 위협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무기체계의 소프트웨어 반응시간은 백만분의 1초를 의미하는 마이크로세컨드(μs)에 불과하다. 특히 어떠한 조건과 환경 속에서도 반드시 주어진 시간 내에 부여된 기능을 정확히 수행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성능을 발휘할수 있어야 하며, 시스템이 예상치 않게 정지하거나 중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무기체계는 단일 체계보다는 서로 다른 체계와 연동이 돼 운영되는 복잡한 복합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무기체계 소프트웨어는 상호운용성이 보장 돼야 한다. 게다가 무기체계 특성에 따라 하드웨어 시스템과 동시에 개발 되는 경우가 많고, 하드웨어 변경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발 개념이 변화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도 필요한 분야다.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발전방향을 연구한 강동수 국방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은 미국 등의 선진국 대비 75% 정도”라면서 “무기체계 소프트웨어의 국산화 증진과 품질 향상을 위한 여러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가시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어 제도 분석과 발전 방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