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잇달아 증시 노크하는 AC…엇갈린 시선

by김예린 기자
2022.07.01 05:30:00

블루포인트 심사 결과 곧 발표, 퓨처플레이 뒤이을 듯
2년만의 재도전, 달라진 수익성 지표에 긍정론 고개
VC와 달리 펀드 규모 작은 점은 여전한 리스크
본계정 투자 늘리기 전략 "양날의 칼 될 수 있다"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필두로 국내 액셀러레이터(AC) 상장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긍정과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상장에 성공하면 액셀러레이터 비즈니스가 산업으로 인정받으며 초기기업 투자자들에 대한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수익성 자체가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에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사진=이미지투데이
30일 IB업계에 따르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올 4월 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해 오는 7월 중 결과를 받을 전망이다. 총 상장 예정 주식 수는 1297만 9770주로, 이중 16%인 210만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퓨처플레이도 대신증권과 관련 절차를 준비해 연내 예비심사를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상장을 위해 그간 체력 단련에 힘써왔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매출을 2020년 187억원에서 2021년 385억원으로, 영업이익은 72억원에서 242억원으로 높였다. 퓨처플레이 역시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70억원, 45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10%와 160% 끌어올렸다.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비롯해 사내벤처 육성사업, 컴퍼니빌더 등 다양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과 자체 사업을 통해 고정 수익을 낸 덕분이다.

본계정 투자 방식도 한몫했다. 펀드는 운용기간이 평균 8년으로 길어 엑시트에 시간이 걸리고 증시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변동성이 클 수 있다. 그러나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본계정 투자는 정해진 운용 기간이 없어, 빠른 엑시트로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 IPO를 통해 얻은 공모자금으로 본계정 투자와 부분 회수를 늘려 안정적 수익을 내겠다는 게 이들의 상장 전략이다.

“수익지표 개선, 상장 못 할 이유 없다”

시각은 나뉜다.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수익성 지표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는 IPO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 2020년에도 상장을 추진했지만 그해 말 자진 철회했다. AC는 극초기 투자 위주로 엑시트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기에 기업가치 산정이나 수익 안정성 입증에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그러나 본계정으로 투자한 다수 포트폴리오사들이 IPO에 성공하면서 성공적으로 엑시트했고, 빠른 중간 회수로 수익성을 더 끌어올리면서 지표를 개선한 만큼 수익성에 대한 외부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



거래소에서 창업 및 초기투자 활성화 등을 이유로 정책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IB 업계 다른 관계자는 “AC들은 정책적 판단과 결정을 해야 한다”며 “그간 상장 사례가 없었으니 거래소도 좀 다양화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나온다면 올라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걷히지 않은 회의론

코스피(KOSPI) 지수가 급락하며 2400선이 무너진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전 거래일보다 49.90 포인트(2.04%) 하락한 2,391.03 포인트로 표시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부정적 시각도 여전하다. 일반 기업 대상으로도 상장심사 문턱이 매우 높아져 분위기가 매우 악화한 데다, 일반 대기업 상장사는 물론 상장한 VC들 주가 흐름도 좋지 않다. 특히 전문 투자사는 포트폴리오사가 IPO로 대박 나야 실적이 좋아지는데, 요즘은 그런 사례가 드물다는 지적이다.

AC의 펀드 규모가 작은 것도 여전한 리스크다. 펀드 비즈니스가 일반적인 VC는 펀드운용사(GP) 자체 출자금을 늘려 엑시트 시 LP들은 물론 자사에 돌아가는 회수금 규모를 키움으로써 수익을 실현한다는 논리를 IPO에서 활용해왔다. LP들이 공급하는 유동성이 마르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기에, VC마다 투자 역량만 잘 입증해내면 해당 전략은 잘 통했고 상장까지 이어졌지만 AC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벤처투자는 정책자금이 많이 투입돼 매년 LP들이 공급하는 유동성은 마르지 않는다”며 “때문에 이러한 LP들을 상대로 그간 펀드를 잘 운용했다고 인정받으면 앞으로도 펀드 결성·투자에 문제가 없고, GP 출자금을 늘리면 자체 수익성도 높일 수 있으니 LP와 주주, VC 모두 윈윈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AC의 경우 펀드 비즈니스가 아닌 본계정 투자가 기반으로, 펀드를 만들기 시작한 것도 최근이기에 규모가 작다”며 “펀드 비즈니스인지 본계정 투자인지 전략을 짜기 애매해 논리가 꼬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본계정 투자도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한 증권사 딜 담당 임원은 “VC의 경우 펀드 규모가 크기에 관리 보수만으로도 상장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면서도 “AC들은 펀드 규모가 대부분 작아 관리보수만으로 안정적으로 요건을 충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익이 나더라도 본계정 투자로 잘 엑시트한 덕일 텐데 투자를 한번 잘한 건 일회성이지 지속성을 입증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만큼 마이너스도 낼 수 있는 회사로 인식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 평가 금액상 이익이 나기도 하는데,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사의 가치가 달라져 엑시트 과정에서 마이너스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