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만 지켜도 증여세 줄인다...증여세 절세법은?

by박종화 기자
2021.11.15 06:00:00

[돈이 보이는 창]
①같은 돈이면 수증자 분산해야 절세
②할아버지→아버지 순서로 증여
③감정가로 시가 매기면 시세보다 낮게 책정
④부담부 증여하면 증여가액 축소...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주의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자녀 등에게 일찌감치 자산을 증여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43조6134억원에 이르는 자산이 증여됐다. 빠른 증여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증여에도 요령이 있다. 요령을 알면 절세 효과를 더 키울 수 있다. 반대로 어설픈 절세는 세무조사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증여받는 사람 나눠야 세율↓…증여세 신고할 때 ‘재차 증여 합산’ 조심

증여세 절세를 위한 기본은 ‘분산’이다. 수증자(증여받는 사람)를 분산시키면 증여세를 아낄 수 있다. A씨가 아들 부부에게 2억5000만원을 증여하려 한다고 가정하자. A씨가 아들에게만 2억5000만원을 증여한다면 아들은 증여세로 2910만원을 내야 한다. 같은 돈을 A씨가 아들과 며느리에게 각각 1억5000만원, 1억원씩 나눠 증여하면 아들 부부가 낼 증여세는 1843만 원으로 줄어든다. 증여하는 금액은 똑같지만 세금은 1000만원 넘게 절감할 수 있다. 아들에게만 2억5000만원을 증여했을 땐 20% 세율을 적용받지만 같은 돈을 아들과 며느리에게 나눠 증여하면 과세표준이 줄어들어 10%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절세를 위해 증여 순서를 잘 짜는 것도 중요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모두 자산을 증여받는다면 할아버지에게 먼저 증여받는 게 유리하다. 아버지에게 증여받을 때와 달리 할아버지에게 증여받을 때는 할증세액이 추가되는데, 할아버지로부터 먼저 증여를 받아야 증여공제를 적용받아 과세표준을 줄이고 할증세액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각각 2억5000만원씩 5억원을 증여할 때, 아버지가 먼저 하면 증여세가 7954만원이 나오지만 할아버지에게 먼저 받으면 세금이 7663만원으로 줄어든다.

같은 사람에게 두 번 이상 증여를 받는다면 증여 가액 계산에 주의해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수증인이 10년 이내에 1000만원 이상을 증여해준 사람으로부터 추가로(재차) 증여 받는다면 종전 증여액과 새 증여액을 합산해 증여세를 신고하도록 한다. 쪼개기 증여로 증여공제를 중복으로 받거나 세율을 낮추는 걸 막기 위해서다. 증여자가 직계 존속이면 그 배우자가 증여해준 자산까지 재차 증여 합산을 해야 추가 증여세를 피할 수 있다.



‘전세 낀 집’ 부담부 증여하면 증여세 경감…양도세 중과·상환능력 검증 주의해야

주택 등 부동산 자산은 시가를 어떻게 매기냐에 따라 증여세 희비가 갈린다. 현행 세법은 증여일 6개월 전부터 증여 신고일(증여일로부터 3개월 이내)까지를 평가 기간으로 삼아 증여 자산 시가를 매기도록 하고 있다. 이때 시가는 감정평가액이나 증여일로부터 가장 가까운 시점에 발생한 유사 매매사례로 책정한다. 증여재산 감정평가에는 감정기관 두 곳(전체 기준시가 10억원 미만 부동산은 한 곳)에서 받는 게 원칙이다.

감정평가액으로 시가를 신고하면 감정평가 수수료는 들지만 대개 일반적인 시세보다 가액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 신진혜 가현택스 대표세무사는 “유사 매매사례로 시가를 책정하면 감정평가 비용은 아낄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하게 높은 거래가가 신고되면 증여세 부담이 늘어난다. 감정평가를 받으면 이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산과 함께 그에 담보된 채무를 함께 물려주는 부담부 증여는 ‘양날의 칼’이다. 세를 낀 집을 증여하는 경우가 부담부 증여에 해당한다. 자산을 부담부로 증여하면 채무만큼 증여가액이 줄어들어 수증자가 낼 증여세가 적어진다. 1억원 전세를 낀 2억원짜리 집을 부담부 증여받으면 1억원에 대해서만 증여세를 내면 된다는 뜻이다. 채무 상환 의무가 없어지는 증여자는 채무만큼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1주택자가 주택을 증여했다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주택자는 사정이 다르다. 최고 75%에 달하는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진혜 세무사는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부담이 크기 때문에 증여세를 더 내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담부 증여를 할 땐 수증자가 채무 상환 능력을 갖고 있는지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부담부 증여는 수증자가 자산에 담보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있을 때 허용된다. 증여가 이뤄진 후에도 채무를 수증자가 직접 갚아야 한다. 국세청도 부담부 증여 후 채무 상환이 이뤄지면 그 자금 출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때 수증자 능력이 아니라 증여자 도움으로 채무를 상환했다면 추가 증여세와 가산세를 추징당할 수 있다. 김정래 더케이 세무회계컨설팅 대표세무사는 “매매 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큰 집을 증여할 땐 채무 미성년자에게 부담부 증여를 해도 상환 능력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차이가 작다면 추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