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친문’ 눈치보는 與당권주자들… 당심만 보다 민심 놓치나

by이정현 기자
2021.04.16 05:00:00

송영길 우원식 홍영표 15일 나란히 ‘텃밭’ 광주行
민심 보다 당심, 쇄신 외치면서 “강성친문도 민심”
최고위원 후보도 눈치… 일각선 ‘도로 친문당’ 우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민주’ 빼고 다 바꾸겠다”(송영길) vs “500만 표 가져오겠다”(우원식) vs “문재인 정부 반드시 성공”(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구도가 15일 3파전으로 막이 올랐다. 호남 출신이자 친문 색이 옅은 송영길 의원(5선·인천 계양구을)과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지지를 받는 우원식 의원(4선·서울 노원구을) 그리고 친문 색채가 가장 또렷한 홍영표 의원(4선·인천 부평구을)이 맞붙는다. 2022년 대선 후보 경선 그리고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천을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다만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이자 민심과 당심 괴리의 원흉으로 지목된 ‘강성 친문’에 대한 선 긋기나 구체적인 쇄신책 없이 당심 구애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송영길(왼쪽 사진부터), 우원식, 홍영표 의원이 15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주 텃밭 호남부터 간 송·우·홍

송 의원과 우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5·2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송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유능한 개혁과 언행일치로 민주당을 바로 세우겠다.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민주라는 이름 빼고 다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변화를 강조했다. 우 의원은 촛불집회가 있었던 청계광장을 찾아 “촛불이 시작된 광장에서 국민의 눈높이를 새기고 국민 속에서 길을 열겠다”며 “민생 혁신을 통해 500만 표를 가져와 정권재창출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당권주자 3인은 출마 선언 이후 첫 일정으로 광주로 내려가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기반이자 당원이 가장 많은 호남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전날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홍 의원은 광주에서 “어떠한 억압과 차별에도 굽히지 않았던 광주·호남 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며 “호남이 일관되게 지켜온 담대한 진보 정신이 지금 우리 당에 가장 필요한 자세이며 민주당의 변화와 쇄신의 빛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세 사람 모두 4·7재보선 참패 후 쇄신과 혁신을 기반으로 한 정권재창출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강성 친문에는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의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의미의 신조어) 논란의 시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논란에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송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 “이미 지나간 일이며 논쟁을 벌일 문제가 아니”라 말했다. 홍 의원은 한술 더 떠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조 전 장관을 언급하며 쇄신을 요구한 초선 의원에 문자 폭탄을 보낸 데에 “그것 역시 민심의 소리”라 했다. 우 의원은 “쟁점화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는 민생”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최고위원 후보도 눈치보는 ‘강성 친문’

눈치를 보는 것은 최고위원 출마자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도전장을 낸 전혜숙(3선 서울 광진구갑) 강병원(재선 은평구을) 백혜련(재선 경기 수원시을) 서삼석(재선 전남 영암군무안군신안군) 김영배(초선 서울 성북구갑) 김용민(초선 경기 남양주시병)의원, 황명선(충남 논산시장) 역시 당 쇄신과 혁신을 내걸었으나 강성 친문이 과잉대표되는 데에는 문제인식을 갖지 않았다.

강 의원은 강성 친문을 ‘다양한 의견’으로 보면서 “(강성 당원들은) 태극기 부대와는 다르며 이 분들은 논리적이다. 자제시키는 게 아니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백 의원은 “민주당은 강성 당원의 당이 아니”라면서 ‘조국 사태’에 대해 “떠나간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라 말했다.

5·2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이 강성 친문에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하는 것은 친문이 여전히 당내 최대 세력인데다 목소리가 가장 큰 집단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이 주를 이루는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이 40%(대의원 45%, 국민 10%, 일반당원 5%)나 되는 만큼 무시하기 어렵다.

이에 민심보다는 당심이 우선한 ‘도로친문당’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후보간 차별화에 실패해 흥행이 저조할 가능성도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권 경쟁 룰상 권리 당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쇄신을 주장하고 있으나 전당대회는 민심보다는 당심에 좌우되는 만큼 강성 친문에 선을 긋는 후보는 앞으로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