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韓게임 결산②]엔씨도 '모바일'..온라인 흉작 시대

by김유성 기자
2015.12.23 04:54:18

엔씨소프트, 리니지 모바일 출시 ← 모바일 대세 영향
`다크호스가 없다` 본격화된 온라인 흉작 시대
모바일도 대다수 업체 입장에서는 '넘기 힘든 벽'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올 한 해 국내 게임 업계에는 모바일 바람이 강하게 몰아쳤다.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성장도 장담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올해초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강하게 몰아붙였던 배경에도 ‘모바일에 대한 조급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였던 넥슨은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게임 개발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 다양한 온라인 게임을 출시하며 한국 온라인 게임의 역사를 써왔다. 리니지 하나만으로도 분기당 500억~9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리니지가 17년동안 기록한 누적 매출만 지난 3분기까지 기준 2조6000억원이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굳이 모바일에 사운을 걸 필요가 없던 셈이다.

이런 엔씨소프트가 지난 9일 리니지 출시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모바일 게임 2종을 선보였다. 자사 대표 게임 리니지의 IP(캐릭터 등 지적재산권)를 활용한 게임이다.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게임이다. 게임 업계에서는 “넥슨의 ‘히트’ 성공에 자극을 받은 엔씨소프트가 서둘러 모바일 게임을 선보인 것”이라고 추정할 정도였다.

엔씨소프트가 이처럼 모바일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서게 된 이유는 온라인 게임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기별로 계절적인 차이가 있지만 엔씨소프트의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최근 온라인 게임 시장이 최근 침체된 원인이 있지만 모바일 시장에서 새 매출원 찾지 못한 요인도 크다.

한국 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2년 8009억원이었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2014년 2조4000억원 정도로 성장했다. 반면 온라인 게임은 매해 10% 넘게 시장이 줄고 있다.



올해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는 ‘다크호스’가 사라졌다. 온라인 게임 시장 판을 뒤흔들며 성장한 게임이 없었다는 뜻이다.

지난 1월 이후 정식 출시된 온라인 게임으로는 넷마블의 ‘엘로아’, 스마일게이트의 ‘아제라’, 넥슨의 ‘메이플스토리2’, 네오위즈게임즈의 ‘애스커’, 엑스엘게임즈의 ‘문명온라인’ 등이다. 이중 12월 PC방 온라인 게임 점유율 순위 20위권(게임트릭스 집계)에 머문 게임은 없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오죽하면 최근 나온 ‘문명 온라인’이라도 성공해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흥행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게임에 대한 개발 계획이 수정되거나 출시 자체를 연기하는 경우마저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명 온라인’은 이달초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게임으로 ‘리니지’ 개발자였던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주도해 만들었다. 게임 업계가 손꼽는 올해의 기대작이기도 하다.

대세는 모바일이라고 하지만 모든 게임 업체에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넷마블, 슈퍼셀 등 소수 대형 업체들은 장기 흥행작 덕분에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대다수 모바일 게임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넥슨이 출시한 모바일 게임에도 예외는 없었다.

이같은 경우는 모바일 게임의 흥행 기간이 길어지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 8월 기준 구글 플레이 매출 상위 10개 게임의 평균 서비스 기간은 500.9일이었다. 1년 반 이상 흥행 가도를 달렸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4년 3월에는 179.5일, 2013년 3월에는 86.7일에 불과했다. 해가 갈수록 장기 흥행작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