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드론부대 창설, 속도 내다 '세금도둑' 될라

by김관용 기자
2023.03.10 06:00:00

軍, 尹대통령 지시로 드론사령부 급조 추진
7월 목표로 했다 연기, 부대 부지도 재검토
'선(先) 부대 창설, 후(後) 전력 보강' 모양새
시기 보다 창설 필요성 등 근본 문제 집중해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당초 7월이 목표였던 드론사령부 창설이 연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창설 준비를 시작했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소장급 사령관에 육·해·공군 준장 1명씩을 거느린 ‘거대 사령부’를 단 6개월만에 창설한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였다. 과거 비슷한 장군 규모의 육군방공포병사령부가 공군으로 전군할 때도 2년 6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

드론사령부 부지로 지난 해 11월 해체된 경기도 포천 육군 6군단 부지를 이용한다는 계획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해당 부지에 대해 국방부와 지자체가 민·군상생복합타운 조성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 지역 주민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는 8일 “전략적·작전적 수준에서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드론사령부를 창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적이라고 하면, 핵심 요인을 암살할 수 있는 정도의 드론을 운용하는 부대여야 한다. ‘MQ-9 리퍼’(Reaper)나 ‘MQ-1 프레데터’, ‘RQ-4 글로벌호크’ 등의 첨단자산을 운용해야 한다. 작전적 수준도 국지 정찰드론이나 자폭형 드론 등 전술적 수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드론사령부는 이런 자산을 단시간 내에 도입하거나 운용할 수 없다. 게다가 각 군의 전력을 가져오지 않고 새로 도입하겠다고 한다. 드론사령부가 당장 어떤 전력을 갖고 어떤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가 될지 묘연하다. 국민 세금만 탕진하는 부대가 되지 않을지 의문이다.

국방 정책을 수립하고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군통수권자와 관료들이다. 정권이 결정하면 해당 영역의 전문성을 가진 군은 작전(Operation) 단계에서 이를 고민한다. 지시 사항이니 이행해야 하는 게 군의 임무라면, 잘 싸워 이기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군의 책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대로 된 부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시기가 아닌 부대의 필요성에 대한 검토부터 인력 및 전력 구성, 전술·교리, 교육·훈련 등 본질적 문제에 집중했으면 한다.

합참의장이 지난 2월 공군 백령포대를 방문해 결전태세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합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