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200원 눈앞… 외화예금으로 ‘환테크’ 해볼까

by황병서 기자
2022.01.24 06:00:00

미국발 기준금리 등에 달러 가치 상승 예상
환율변동에 따른 일희일비 피해야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통장’을 개설했다. 1달러 등 소액으로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는 데다, 언제든지 입출금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또 금리인상기에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있어 달러만한 안전자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이율이 낮은 만큼 투자보다는 보관 개념에 더 가깝지만, 안전자산을 보유하면서 소소하게 환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금융 시장에서 증명된 사실이 있다. 위기 때에는 ‘달러만한 자산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 주요국 증시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와 금 가격이 흔들릴 때도 달러 가치는 치솟았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긴축 우려가 더 강해지면서 안전자산 선호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 때 1195원까지 치솟고 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1180.8원에 마감한 후 올해 첫 거래일인 3일 3.0원 오른 1191.8원에 문을 닫았다. 이후 지속적으로 1200원대 돌파를 시도하며 지난 6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2020년 7월 24일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심리적 지지선인 1200원을 넘었다. 지금은 1100원 후반대에서 1200원대 초반을 오가는 수준이지만,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긴축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달러화 가치는 또 한 번 뛸 수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달러를 이용한 환(換)테크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환테크 수단은 외화예금이다. 달러와 현금을 쥐고 있는 것보다 유동성은 떨어지지만, 1% 안팎의 이자도 챙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3일 한국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을 보면 미 달러화는 지난해 10월 말 875억2000만달러에서 11월 888억달러로 한달 새 12억8000만달러가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18년 633억달러를 기록한 뒤 2019년 687억8000만달러, 2020년 800억4000만달러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5대 은행으로 구분해서 봐도 증가세는 뚜렷하다. 신한·KB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이달 18일 기준 581억400만달러로 지난해 1월 말 기준 505억400만달러보다 76억달러 증가했다. 2020년 1월 말 380억1500만달러와 비교해서는 200억8900만달러 증가했다.

외화 예금통장은 외화 보통예금통장과 외화 정기예금통장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거의 모든 은행에서 가입이 가능하다. 원화를 입금하면 계좌에는 환전된 달러가 쌓인다. 출금할 때는 원화 또는 달러 중 자신에게 필요한 쪽으로 선택할 수 있다. 외화 예금통장의 기본적인 특성은 입금 시점의 환율이 출금 시점보다 낮아야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운용구조가 간단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투자할 수 있다. 일반 예·적금 상품처럼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기본 금리에 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까지 고려한다면 일반 적금상품보다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은행들도 앞다퉈 외화예금 통장을 선보이며 이벤트 경쟁에 나서고 있다.

JB금융그룹 전북은행은 ‘JB 여행스토리 외화적립예금’ 출시를 기념해 이벤트를 진행한다. 예금 가입 가능 통화는 미국달러, 일본 엔화, 유로화이다. 가입 기간은 6개월 이상 24개월 이하로 선택할 수 있다. 자유적립식 예금으로 추가 납입이 가능하다. 영업점과 뉴스마트폰뱅킹,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 웹을 통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4달러 받고, 40달러를 추가로 받는 출시 기념 이벤트’는 오는 3월 11일까지 두 달 간 진행한다. 이벤트 기간 중 미화 500달러 이상 신규 가입한 고객 중 선착순 150명을 대상으로 가입 시 자동 응모된다. JB여행스토리 외화적립예금 계좌에 4달러가 지급되며, 추첨을 통해 10명에게는 40달러를 추가로 지급한다.

KB국민은행은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고객을 위한 ‘KB두근두근외화적금’을 지난 7일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미화 1달러에서 최대 1만 달러까지 자유롭게 저축이 가능한 상품이다. 가입 대상은 국민인 거주자이며 계약기간은 6개월 이상 12개월 이하로 설정할 수 있다. 비대면으로도 신규와 입금이 가능하고 총 3회까지 수시 출금이 가능해 만기 전에도 적립한 여행자금을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신상품 출시를 기념해 이 달말까지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 기간 중 10달러 이상 신규 가입하고 자동이체를 등록한 고객 전원에게 2000포인트리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출범 10주년을 맞아 1월부터 3월말까지 ‘NH환테크 외화회전예금 Ⅰ·Ⅱ 출시기념 이벤트를 실시한다. NH환테크 외화회전예금은 가입 시 고객이 목표환율을 직접 지정한 뒤 목표환율에 도달하면 자동해지, 도달하지 않으면 자동 회전되는 정기예금 상품으로 최소 100달러 상당액 이상 최대 100만 달러 상당액 이하에서 개인과 법인 모두 가입이 가능하다. 목표환율 도달 여부를 NH환테크 외화회전예금 Ⅰ은 매일, NH환테크 외화회전예금 Ⅱ는 회전주기 종료일에 각각 확인해 환율 도달 시 자동해지하고 미도달한 경우 계약기간 내에서 회전하는 상품이다.

환율 변동에 따라 알아서 달러를 사주는 똑똑한 상품 등도 있다.

신한은행의 ‘달러 More 환테크 적립예금’은 환율상승을 대비해 달러 적립을 계획하는 고객을 위한 상품이다. 본인이 지정한 환율 이하로 떨어질 때 추가 자동이체를 통해 달러를 저렴하게 사고,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자동이체를 중단하는 기능도 담았다. 우리은행의 ‘환율 CARE 외화적립예금’은 환율 변동에 따라 이체 외화금액을 조절해주는 똑똑한 상품이다. 미리 정한 자동이체일 전날 환율과 직전 3개월 평균 환율을 비교해, 환율이 낮으면 달러를 많이 사고 높으면 덜 사는 식이다. 달러뿐만 아니라 여러 외화를 동시에 모으는 걸 택할 수도 있다.

외화 예금통장이라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율이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은 온전히 투자자가 부담해야 한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까지 보장해주진 않는다.

환전 및 현찰수수료 등 수수료가 많은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전문가들은 달러특화상품에 투자할 때 가장 피해야 하는 행동은 단기적인 환율변동에 따른 환매라고 지적한다. 환율의 움직임은 예측하기 어렵기때문에 단기 차익보다는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투자하라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