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국민은 일방적인 훈육과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by김현아 기자
2018.06.03 09:09:58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그녀는 마치 기계 같다. (“She is a machine!”)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연기에 대한 외신의 반응으로 기억한다. 기계처럼 정확한 연기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단한 칭찬임이 틀림없지만, 과연 기계는 언제나 정확할까?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버그(Bug)가 발생한다. 인생도 미완성이고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완전하거나 완벽할 수는 없다. 완전의 영역은 신의 몫이다. 그러기에 우리 인류는 늘 보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존재이다.

드루킹이라는 가명의 사람이 포털 뉴스에 댓글을 달면서 기계적 남용을 했다고 수사, 특검 및 수십 개의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수사는 사법영역이니 당연히 진행해야겠지만 최근 국회의 물밀 듯이 넘쳐나는 법안발의는 심히 우려스럽다.

우리 국민 정서는 완전함을 좋아하는 것 같다.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나’ 라고 반응한다. 법이 완전히 제정되고 완벽히 집행되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정서와 사고가 남아있다. 그래서 사회에 어떤 문제만 생기면 법을 만들자는 논의가 진행된다. 과연 그런가? 모든 문제를 법에 맡기면 사회가 완벽해지는가?

프로그램에 버그가 생기면 버그를 찾아 완전성을 도모하기 위한 디버깅(오류수정)을 한다. 사회에도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사법제도가 있다. 위반행위에 대한 벌을 주고 재발을 막는 위하적 통제체제가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과 다른 점은 경고장치를 두어 나머지 사람들이 스스로 옳은 방향으로 선택하게 하는 여지를 남겨놓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사회를 기계처럼 다루려 한다. 완벽하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자는 기계적 사고를 작동시킨다.



드루킹 사건을 보면 공론의 장을 제공했을 뿐인 포털에 완벽한 관리를 요구한다. 포털에서 여론과 정치를 형성하는 유일한 원천이 기사의 댓글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넘치는 정보와 SNS를 통한 사회관계망으로 수많은 의사와 정보가 교환되는 시대이다. 보다 윤리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사기업의 뉴스서비스 형태를 지정하는 법안은 현재 세계에 그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 포털들은 정부가 인허가로 진입 장벽을 세우고 육성정책으로 키운 기업들과는 달리 순전히 국민의 자발적 선택과 지지기반을 동력 삼아 성장해왔다. 정치든 서비스든 정치주권자와 소비주권자의 선택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 권력층 일부는 국민을 일방적인 훈육과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법이 아니어도 절대다수의 국민은 사회규범이나 서로의 의견교환이나 다른 정보들을 통해 스스로 비판적으로 정보를 판단하고 수용한다.

지금까지 국민을 객체로만 보는 시각이 있었다면 이제는 주체로서 대접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주권주의이다. 이제 다수의 국민에 대한 숨 깊은 신뢰를 가지고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만 고치고 반드시 고쳐야 할 제도들에 집중했으면 한다. 그것이 진정 국민을 인정하고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1967년 생으로 NHN 법무감사 실장, NHN 대외협력실 실장(이사), 전자상거래분쟁조정위원회 위원, 한국게임학회 부회장,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컴투스 이사 등을 거쳤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네이버, 카카오, 이베이코리아, SK커뮤니케이션즈, SK테크엑스, 엔씨소프트, 로엔엔터테인먼트, KG이니시스, 넥슨코리아, KTH, 페이스북코리아 등 국내 주요 인터넷기업들이 가입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