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들의 절박했던 삶을 엿보다[현충일 가볼곳③]

by강경록 기자
2022.06.03 05:34:00

부산 임시수도기념관과 국제시장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곧 현충일(6일)이다. 6월 6일이 현충일로 지정된 것은 망종(忘種)과 관련이 깊다. 망종은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로,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기에 알맞은 시기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망종에 나라를 지킨 영웅에게 예를 올렸다. 고려시대에는 망종에 전사한 장병들의 뼈를 돌려보냈고, 조선시대에는 이날 병사들의 유해를 매장했다. 그 의미를 되새겨 한국전쟁이 끝난 뒤 1956년 6월 6일을 현충일로 지정했다. 6월을 호국 보훈의 달로 지정한 이유도 현충일이 있어서다. 6월 중 하루쯤은 이 땅의 평화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자취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픔이 깃든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 보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분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졌을까라는 질문도 함께 던져보자.

부산 임시수도 대통령관저
한국전쟁 당시 고향을 등지고 부산으로 내려온 건 피란민뿐만 아니다. 수도도 옮겨져 부산이 임시수도(1950~1953년)가 됐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부산에 있던 경남도지사 관사를 대통령 관저로 사용하며 집무를 수행하고, 국빈을 맞았다. 지금은 이곳이 임시수도기념관으로 꾸며져 전시에 대통령이 사용하던 유품과 각종 사진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임시수도기념관은 임시수도 시기의 대통령 관저와 전시관으로 꾸며졌다. 부산 경무대라 불리는 대통령 관저는 1926년 경남도지사 관사로 지어진 건물이다. 붉은 벽돌로 된 외관에 네모반듯한 창이 여러 개 있고, 잘 손질된 정원수를 보면 일본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내는 이승만 대통령이 관저로 사용하던 때의 구조와 분위기 그대로다. 1층은 대통령이 정부 각료들과 회의하고 외교 업무를 보던 응접실, 대통령 내외가 사용하던 자개장과 반닫이 등 가구가 놓인 내실, 책을 읽고 나라의 미래를 구상하던 서재, 거실, 식당과 부엌 등으로 꾸며졌다. ‘증언의 방’에서는 한국전쟁 때 특공대 요원으로 첩보 수집과 인민군 생포 임무를 수행한 이정숙 할머니의 증언을 들을 수 있다. 2층은 이승만 대통령이 전방 부대와 훈련소를 시찰하면서 입은 방한복, 프란체스카 여사가 입은 코트 등 부부의 유품과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부산 임시수도 대통령관저
임시수도기념관 전시관은 대통령 관저 뒤편에 있다. 이곳에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던 열차 모형, 아들을 전쟁터에 보낸 아버지의 위문편지, 부산에 자리 잡은 피란민이 생활하던 판잣집, 일거리를 찾아 나선 피란민, 피란 학교의 모습 등 당시 피란민의 삶과 한국 경제의 실상을 보여준다.



감천문화마을도 한국전쟁과 인연이 깊다. 부산은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으로 가득 찼고, 집 한 칸 없는 피란민은 산기슭에 작은 집을 지어 몸을 뉘었다. 감천문화마을도 이때 생겼다. 1950년 태극도 교주 조철제가 피란한 신도들과 옥녀봉 아래 집단 거주지를 형성한 것이 감천문화마을이다. 산비탈을 개간하면서 슬래브 지붕을 얹은 계단식 주택을 지었고, 앞집이 뒷집의 조망을 가로막지 않으며, 모든 골목이 이어져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근대역사관


한국전쟁 하면 국제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이나 이북에서 내려온 피란민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재도구를 내다팔던 곳이며, 원조 물자나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군용품 등이 활발하게 유통되던 곳이다. 지금은 부산 최대의 전통 시장으로 가방과 신발, 잡화, 포목, 안경, 의류, 주방 용품 등 없는 것 없는 명물 시장이 됐다. 굳이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재래시장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히 매력 있다. 걷다가 출출하면 아리랑거리의 좌판에 앉아 비빔당면, 충무김밥, 순대 등을 먹어도 좋다.

용두산공원을 내려오면 자갈치시장이 지척이다. 항구의 짠내가 물씬한 좌판에는 수산물이 없는 게 없다. 회를 먹어야 한다면 2006년 8월에 지하 2층, 지상 7층짜리 현대식 건물로 새 단장한 자갈치시장으로 가면 된다. 사실 자갈치시장은 시장 안에 자리하고 있는 센터의 이름이다. 센터를 포함해 주변 시장을 모두 아울러 자갈치시장이라 부른다. 1층엔 활어, 전복, 선어, 잡어 등을 파는 점포가 들어섰고 2층은 건어물 등을 취급한다. 싱싱한 횟감을 골라 횟집에 가져가서 기본양념과 매운탕 값만 내고 먹으면 된다.

부산 유엔기념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