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GO를 찾아서]13년 전 공유 때문에 잇몸이 다 말라버렸다

by김민정 기자
2020.07.11 00:30:00

옛 드라마 다시 보기 열풍..여름마다 역주행 현상도
레전드 드라마 '불새', 16년 만에 리메이크 결정
콘텐츠업계 강타한 뉴트로 열풍.."신선하다"

여름철 역주행하는 드라마 1위(사진=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넘쳐나는 시대다. 비단 지상파나 케이블TV 채널이 아니더라도 넘쳐나는 볼거리를 볼 수 있는 곳은 이미 많다.

이런 시대에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그 이후 태어난 Z세대를 일컫는 말)들은 옛 드라마에 열광한다. 특히 매년 여름만 되면 역주행하는 드라마가 나올 정도다.

(사진=MBC 드라마 ‘불새’)
MZ세대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옛 드라마는 바로 지난 2007년 방송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

이 드라마는 남자 행세를 하는 스물네 살의 여주인공 고은찬(윤은혜 분)과 정략결혼을 피하려고 동성애자인 척하는 남자 주인공 재벌 3세 최한결(공유 분)이 펼치는 사랑이야기다. 익숙한 설정이지만 방영 당시에도 굉장히 높은 화제성을 나타냈고 13년이 지난 지금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유튜브에 올라온 커프 영상은 연례행사처럼 정주행하는 이용자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안녕 내 첫사랑 최한결, 내년 여름에 또 올게”, “이 드라마 제가 고3때 방영한 건데...지금은 결혼하고 애 낳고 서른두 살이 됐네요. 지금 봐도 너무 재밌습니다”, “진짜 인생드라마입니다. 매년 여름 역주행 중. 21년에 또 봐야지”, “커프때문에 설레서 잠을 못 자고 있다. 공유의 역사를 정주행 중”, “잇몸이 다 말라버렸다. 연애세포 무한증식..그때 그 시절 감성이 떠오른다” 등의 댓글을 달며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다.

(사진=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커프외에도 온라인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날 더워지면 꼭 다시 찾아보는 인생 여름 드라마 BEST 10’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2004년 7월 방송한 KBS2 드라마 ‘풀하우스’를 꼽았다. 이 드라마는 원래 집주인이었던 지은(송혜교 분)이 사기를 당해 영재(비 분)에게 자신이 살던 풀하우스를 내주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린 드라마다. 당시 ‘풀하우스’는 평균 시청률 3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5년 7월 방송한 MBC ‘내 이름은 김삼순’도 많은 이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드라마다. 이 작품은 촌스러운 이름과 뚱뚱한 외모라는 콤플렉스가 있는 30대 노처녀 김삼순(김선아 분)이 연하이자 재벌가의 아들인 남자 주인공 현진헌(현빈 분)을 만나 사랑을 하고 전문 파티시에로 당당히 살아가는 삶과 사랑을 경쾌하게 그려냈다. 방영당시 최고 시청률 50.5%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았으며 김삼순을 연기했던 김선아는 그 해 MBC연기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KBS2 드라마 ‘풀하우스’(왼쪽)·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 외에도 △2002년 MBC ‘네 멋대로 해라’(양동근, 이나영) △ 2003년 KBS2 ‘여름향기’ (송승헌, 손예진) △ 2006년 KBS2 ‘포도밭 그 사나이’ (오만석, 윤은혜) △ 2007년 MBC ‘9회말 2아웃’(수애, 이정진) △ 2007년 MBC ‘메리 대구 공방전’(지현우, 이하나) △ 2012년 ‘로맨스가 필요해2’ (정유미, 이진욱) △ 2013년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종석, 이보영) △ 2014년 SBS ‘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 공효진) 등이 있다.

최근 옛날 드라마에 푹 빠졌다는 A(34)씨는 “SNS에서 예전 드라마들이 유행한다는 게시물을 보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봤다”며 “당시 풀하우스를 너무 즐겨봤는데 다시 봐도 여전히 재밌더라.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됐는데 1회부터 다시 보느라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볼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발견하면서 추억에 잠기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덧붙였다.

SNS를 살펴보면 A씨처럼 과거 드라마를 역주행하는 이들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과거 지상파 드라마로 대변되는 드라마 시장은 tvN과 JTBC를 필두로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로 넓어졌다. 더불어 동영상 플랫폼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 중인 콘텐츠들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우리가 ‘옛’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날의 향수를 호소하는 ‘레트로’와 과거를 잘 모르는 1020세대가 옛것에서 신선함을 찾는 ‘뉴트로’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국내를 강타한 복고열풍이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데 이중 콘텐츠 업계에서 뉴트로 열풍은 가장 활발하다.

레트로의 출발점은 ‘기억’이다. 흔히 추억은 아름답게 기억되기도 한다. 그런데 뉴트로의 출발점은 다르다. 이는 본인들이 경험한 적이 없지만 색다름에 이끌려 과거를 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단순히 과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빌려 현재를 팔고 있다. 즉 뉴트로는 재현이 아니라 또 다른 해석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뉴트로가 레트로처럼 매번 돌아오는 장르가 아닌 하나의 장르이자 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사는 이미 흥행에 성공한 옛 TV 프로그램을 유튜브에 소환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과거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뉴트로 열풍이 거세다”며 “옛 콘텐츠가 다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콘텐츠가 많았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새로운 콘텐츠로 인식될 만한 자료들은 여전히 많다보니 내년에도 뉴트로 열풍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