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무효소송 결론 나온다…국정농단 얽혀 파장 불가피

by한광범 기자
2017.10.19 05:00:00

일성신약 등 舊 삼성물산 주주, 합병무효 소송 제기
합병비율 총수일가에 유리, 국민연금 합병지원 의혹
국정농단 핵심 사안, 삼성 "법원도 청탁 인정 안해"

삼성그룹 서초사옥.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삼성물산 합병 무효 여부를 다투는 소송의 1심 판결이 19일 나온다.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기업인데다 합병 후 박근혜 정부가 합병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국정농단 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라 판결 결과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재판장 함종식)는 구 삼성물산 주주였던 일성신약 등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한 합병 무효 소송에 대한 선고를 이날 오후 2시 진행한다.

삼성물산 합병은 지난 2015년 합병 계획 발표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다. 구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주요 주주 일성신약은 삼성이 발표한 합병비율(제일모직:구 삼성물산=1:0.35)이 불공정하다며 반발했다. 삼성 측이 제시한 합병비율은 총수일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삼성 측은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등에 따른 공정하게 산출했다”며 일축했다.

합병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는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42.19%와 1.41% 보유하고 있었다. 구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4.06% 보유 중이었지만 제일모직은 삼성전자 지분이 없었다. 총수일가 입장에서는 제일모직이 구 삼성물산에 비해 주식 가격이 높을수록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였다.

일성신약 등 국내 주주에 이어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까지 합병 반대에 가세하면서 삼성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본부 자체적으로 ‘합병안 찬성’ 결정을 했고, 합병안은 같은 해 7월 구 삼성물산 이사회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합병안 통과 후 구 삼성물산은 합병에 반대한 일성신약 등에 주당 매수청구 금액으로 5만7234원을 제시했다. 일성신약은 이에 반발해 법원에 주식매수가격결정 신청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은 지난해 5월 삼성이 제시한 금액보다 16.37%가량 높은 6만6602원으로 매수가격을 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이 구 삼성물산 주가가 관리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성신약은 지난해 3월 삼성물산 합병 무효 소송도 제기했다. 소송 제기 후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다. 검찰·특검 수사와 지금까지의 재판 결과를 보면 삼성에 불리하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합병 찬성 과정에서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유죄로 인정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이 부회장 재판에선 ‘포괄적 현안’으로서 승계 작업 지원이라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됐다.

일성신약 측은 “이 부회장 형사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성과 공모해 복지부 장관, 국민연금에 합병 의결권 행사 방향을 지시한 점이 드러났다”며 “삼성물산 합병은 헌법이 정한 주주의 평등·재산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물산 측은 “이 부회장 사건 공소장과 판결문을 보면 삼성물산 합병에 명시적·묵시적 청탁이 없었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개별적 행위에서 위법성이 없었던 만큼 합병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같은 형사재판 판결이 민사소송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지도 관심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민사 영역에서의 재산권 문제인 이번 소송 결과는 다양한 고려 요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형사재판 판결이 민사소송에 절대적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이 부회장의 뇌물죄 사건 항소심 2차 공판도 열린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심리로 열리는 이날 재판에서 삼성전자가 코어스포츠와의 용역계약을 통한 ‘승마지원’의 성격을 두고 삼성과 특검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삼성 측은 그동안 “애초 성격은 승마 유망주 지원이었으나 ‘비선실세’ 최순실의 변심으로 ‘정유라 1인 지원’이 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반면 특검은 “용역계약 자체가 ‘정유라 1인 지원’을 감추기 위한 허위 계약”이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