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희동 기자
2017.07.24 05:40:07
삼성電·SK하이닉스 등 이익 대부분 재투자
법인세 인상시 업황 따라 수익성 악화 우려
그리스, 법인세 올려 세수 감소·위기 초래
인상시 경제성장률 하락 가능성도 있어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정부가 연간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넘는 기업에 대해 현행 22%에서 3%포인트 높인 25%의 법인세율 적용을 검토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투자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현대자동차(005380), LG전자(066570),LG디스플레이(034220), 롯데쇼핑(023530) 등 10대 그룹 핵심 계열사 대부분이 최고세율 구간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증세안을 낸 더불어민주당은 매년 3조원 가량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는 계산이지만,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재투자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과거 그리스의 사례처럼 법인세 인상이 투자 위축과 해외자본 유출 등으로 이어져 세수가 오히려 줄고, 경제성장률까지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산업통산자원부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한 분야는 단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전자 부품 산업이었다. 이들 두 부분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69억 9300만 달러)에 달했다. 이어 일반기계(8.7%), 선박(8.6%), 석유화학(7.9%), 자동차(7.7%) 등의 수출 기여도가 높았다.
재계는 이들 수출 주도 산업이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대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부의 법인세율 인상안에 대부분 포함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분야 기업들은 장치 산업의 특성상 매년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시설투자에 쓰고 있어, 법인세 인상이 투자 위축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2분기 무려 14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한해 영업이익(29조 200억원)의 87.3%에 달하는 25조 5000억원을 시설투자비로 집행했다. 또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시설투자비는 6조 3000억원으로 영업이익(3조 2000억원)의 두 배에 달하고, LG디스플레이는 시설투자비(3조 7000억원)가 영업이익(1조 3000억원)의 세 배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법인세율을 일률적으로 높일 경우 수출 기업들은 비용 부담 증가로 업황에 따라 투자를 줄이게 돼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또 이들 대기업의 투자 위축은 대기업과 연계된 1·2·3차 협력업체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는 매년 수 조원에 달하는 시설투자비는 고정 비용으로 지출하는데 업황의 부침에 따라 수익은 줄어들 위험이 상존한다”며 “영업이익을 단순히 막대한 수익으로 판단해 세율을 올리면 매년 재투자를 해야하는 장치 산업 분야에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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