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새털 베이스볼]이승엽 '안 겸손한 야구'가 궁금하다

by정철우 기자
2015.04.11 12:28:19

이승엽이 10일 대구 KIA전서 솔로포를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국민 타자’ 이승엽(39.삼성)은 인터뷰계의 교과서로 꼽힙니다. 좀처럼 자신을 높이는 일이 없습니다. 항상 팀과 동료, 후배들이 먼저고, 그가 친 공은 늘 ‘실투’ 입니다.

말만 그렇게 하는 건 아닙니다. 야구 자체도 늘 겸손하게 자신을 낮춘채 플레이를 합니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홈런 치고 크게 환호 하지도 않습니다. 개인 기록을 깰 때도 아직은 크게 좋아하거나 기뻐하지 않습니다. 팀이 지는 날엔 기록을 세워도 인터뷰하는 걸 꺼리기도 합니다.

간혹 그런 그가 매우 힘들어 보일 때가 적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나이로 마흔. 여전히 팀과 동료라는 큰 짐을 짊어지고 야구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지곤 합니다. 마흔의 야구 선수에게 우리는 여전히 바라는 것이 너무 많지 않은가. 이미 그는 충분히 보여줄 걸 다 보여준 선수가 아닌가 하고 말이죠.



그래서 그런 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해볼만한 건 다 해봤잖아요. 팀도 충분히 궤도에 올랐고. 이제는 좀 내려놓고 야구해도 되지 않겠어요?”

그러나 그는 또 한 번 무겁게 머리를 저었습니다. “아직을 그럴 때가 아닙니다.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습니다.” 언제나 처럼 참 교과서적인 답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그가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야구할 날이 그리 멀지는 않은 듯 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밝은 표정으로 이런 말을 덧붙이더군요.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그 때가 되면 정말 재미있고 편하게 야구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때를 기대해 주십시오.”

이승엽이 말하는 ‘그 때’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워낙 욕심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인데요. 일단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400홈런이구요, 대구 구장의 마지막과 첫 우승까지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그러면 정말 ‘그 때’가 올까요. 이승엽이 보여 줄 ‘건방진 야구(?)’, 아니 ‘안 겸손한 야구’는 무엇일까요. 그가 보여주고 싶은 야구 모두 보여주고 은퇴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