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①]연예산업 제1법칙, '묻지마 스타투자 쪽박차기 십상이다'

by윤경철 기자
2008.09.29 12:01:12

▲ 올 상반기 한국 영화 흥행을 주도했던 영화 '추격자'(사진 왼쪽)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대기업은 연예 관련 사업 투자에 어려움을 느낀다. 투자에 비례해 정확한 매출이 예상되는 소비재 산업을 기반으로 했던 기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런 대기업들이 첫번째 투자의 기준으로 택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스타다. 지금은 조금 덜하지만 대기업 계열의 투자사들은 투자를 할 때 1순위로 스타 캐스팅을 염두에 뒀다.

어떤 스타들을 데리고 있느냐에 따라 투자금액이 달라진다. 이름을 들으면 아는 한류스타는 수십억원의 돈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가능성에 기반을 둔 스타들은 한 푼의 돈도 받기 어렵다. 이런 투자 방식은 책임 소재와 투자 근거를 따지는 대기업 문화에선 어쩔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은 성공에 대한 보상도 확실하지만 투자에 대해 실패를 했을 때 그에 대한 책임소재도 분명히 한다. 그러다보니 대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전년도에 좋은 수익을 냈던 스타들을 투자의 근거로 삼게 된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대기업은 리스크 관리가 큰 신인보다는 과거 어떤 것을 했던 스타에 보다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대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 일반 투자자들도 스타들이 있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고 스타들이 출연하는 작품이 대박을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이는 연예계를 잘 모르고 하는 투자방식이다.

연예계는 소비재와 달리 감성산업이다. 1과 1를 투자하면 2가 나오는 산업이 아니다. 1과 1를 투자해서 10이 나올 수도 있고 마이너스 -2가 나올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연예계다.

감성산업이라는 말은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된다는 점이기도 하다. 과거 대기업들이 연예계에 수백억원을 투자했다가 물러난 것도 이런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스타들을 적장히 조합하면 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예기획사도 스타들을 많이 불러모으면 기업 합병처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 영화계에는 스타 감독에 이름만 들으면 아는 스타들이 출연했지만 쪽박을 찬 경우가 유독 많았다. 반면 신인감독이 만든 '추격자'와 한번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스포츠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초대박을 터뜨렸다.

영화보다는 덜하지만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말하는 한류스타 하나 없는 '엄마가 뿔났다' '조강지처클럽'은 승승장구 했지만 초대형 스타들을 영입해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했던 작품들은 하나같이 쪽박을 찼다.


연예계 투자는 얼핏보면 배우자를 고르는 작업과 비슷하다. 파트너의 미래 능력을 보는 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좋은 배우자는 지금 그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지금 어떤 학교,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느냐 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검증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기업이나 우리 투자자들은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도 이런 검증작업에 약하다. 자신의 감을 믿거나 지나치게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 대중들의 관심사가 어떤 것이고 세계적인 트렌드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연예계 산업을 생각하면 언뜻 콘텐츠만을 생각하기 싶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인 콘텐츠 개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하드웨어의 개발이다.
 
방송사가 위상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은 TV의 진화와 함께 실시간과 다운로드가 가능한 우리 IT문화와 관련이 깊다. 영화산업이나 음악산업도 마찬가지다. 영화산업의 높은 수익률은 멀티플렉스의 개발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고 붕괴된 음반시장과 달리 상승세에 있는 디지털 음원시장 역시 통신사와 인터넷 인프라가 큰 역할을 했다.

하드웨어의 투자는 리스크가 강한 소프트웨어의 위험요소를 상쇄시키는 역할도 한다. 독과점 논란이 일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용절감으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점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