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회복, 中 리오프닝 기대감에…세계성장률 전망 줄줄이 상향

by이지은 기자
2023.06.08 05:00:00

WB ‘2.1%’·OECD ‘2.7%’… 주요국 대부분 올라
“개선 흐름, 취약한 기반 놓여”…불확실성 우려 여전
OECD, 韓 올해 성장률 5연속 하향…내년도 2.1%로 ↓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김은비 기자] 세계은행(W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가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미국의 민간 소비가 회복되면서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경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 통화정책 등이 하방 리스크로 남아 글로벌 성장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WB ‘2.1%’·OECD ‘2.7%’… 주요국 대부분 올라


WB는 6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2.1%로 제시했다. 지난해 성장률 3.1%보단 1.0%포인트(p) 낮지만 올 1월 전망치 1.7%와 비교하면 0.4%p 오른 수치다. WB는 “중국의 당초 예상보다 빠른 경제활동 재개, 미국의 소비 회복 등에 힘입어 주요국을 중심으로 상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 경제의 성장률은 0.7%로 예상했다. 이전 전망치보다 0.2%p 올렸다. 미국의 올해 성장률은 1.1%로 0.6%p 상향했고, 유로존도 경제활동 증가가 기대된다며 전망치를 0.0%에서 0.4%로 올렸다.

신흥·개도국의 성장률 전망도 4.0%로 0.6%p 상향했다.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리오프닝 및 서비스 부문 단기 소비지출(내수) 확대로 중국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해 5.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전망치는 5.6%로 1.3%p 올렸다. 중국을 뺀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성장률 전망치 역시 4.8%로 이전보다 0.1%p 높여 잡았다. 유럽·중앙아시아도 전쟁 안정화 기조를 반영해 0.1%였던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1.3%p 상향했다.

OECD도 같은 날 ‘6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전망 대비 0.1%p 올린 2.7%로 제시했다.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며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가운데 기업·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고,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경제를 개방했다는 점을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은 통화 긴축 영향으로 주택·기업 투자가 위축하면서 성장이 점차 둔화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1.6%로 이전 전망치보다 0.1%p 높였다. 전쟁 영향이 큰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0.1%p 오른 0.9%로 잡았다.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코로나 봉쇄 종료 효과를 반영해 5.4%로 0.1%p 높였다.



“개선 흐름, 취약한 기반 놓여”…불확실성 우려 여전

WB와 OECD는 그러나 글로벌 복합 위기가 여전해 올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선 흐름은 실존하지만, 불확실성 요인이 많아 그 기반은 취약하다는 진단이다.

WB는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인플레이션 압력, 재정여건 악화를 꼽았다. 특히 미국 등 주요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이 장기화한 탓에 신흥·개도국이 전례 없이 높은 공공·민간부문 부채를 떠안으며 금융 부문에서 취약성을 노출했다고 봤다. 주요 중앙은행이 시장과의 소통을 늘려 급격한 정책 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흥·개도국도 소득세 등 수입 감소, 채무변제 등 지출 압력 증가 등으로 어려움이 커진 만큼 과세기반 확대를 비롯한 국내 자원을 동원하고, 지출 효율화와 부채관리 및 재정 투명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OECD 역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WB와 마찬가지로 신흥국 경제가 이 과정에서 국채 스프레드 확대, 해외 자본 조달 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다. 여기에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데다 중국 리오프닝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또다른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 연합뉴스)


◇韓 올해 성장률 5연속 하향…내년도 2.1%로 낮춰


OECD는 올해 세계 경제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나 한국의 전망치는 1.6%에서 1.5%로 0.1%p 낮췄다. 2021년 12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7%로 제시했던 OECD는 △작년 6월 2.5% △9월 2.2% △11월 1.8% △올해 3월 1.6% 등 낮춰온 데 이어 이번까지 5회 연속 하향 조정했다. OECD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1.5%는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제시한 전망치와 같고, 한국은행(1.4%)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WB는 한국 전망치를 별도 발표하지 않는다.

OECD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1%로 0.2%p 낮췄다. 올해보다는 나아지겠지만, 앞선 전망 때와 비교해 회복 속도는 더뎌지리란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 고금리와 주택시장 부진 상황이 민간소비·투자에 단기 부담 요인이지만,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반등이 이를 상쇄해 내년에는 총수요 기반이 개선되리란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OECD는 한국에 고령화 등에 대응한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과 함께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권고했다. 또 △실직자에 대한 훈련 및 적극적 노동정책 강화 △상품시장 규제 완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 등 구조개혁 노력도 병행할 것을 당부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맞는 배출권거래제도 운영에 관한 조언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