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①토스 타다 인수가 '그림의 떡'인 금융회사

by노희준 기자
2021.12.16 05:00:00

토스 운용 비바리퍼블리카, 10월 타다 지분 60% 인수
‘모빌리티+핀테크’ 결합 추세 한국판 '그랩' 시도
반면 은행, 비금융회사 지분 취득 15% 제한돼 불가능
빅테크 금융업 문턱 낮아지지만 금융권만 역차별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류창원 하나금융 경영연구소 연구위원·노희준 기자] 동남아시아에는 ‘그랩(Grab)’이라는 슈퍼앱이 있다. 차량호출서비스에서 시작한 그랩은 확보한 이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음식배달, 핀테크(IT기반의 금융서비스) 사업에도 진출했다. 특히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서비스를 통합해 간편하게 제공하고 있어 슈퍼플랫폼의 지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최근 핀테크 기업 토스가 차량호출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 지분 60%를 취득했다. 토스의 향후 행보는 ‘그랩’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타다를 토스앱에 통합해 승차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이용자의 이동 정보를 확보해 타다를 이용할 때 토스로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국내 은행은 슈퍼플랫폼 ‘그랩’이 될 수 있을까.



은행처럼 보이는 토스는 비금융회사를 인수할 때 금융당국인 금융위원회의 승인과정이 필요 없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전자금융업자’일 뿐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의 적용을 받는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타다를 인수할 수 없다. 타다와 같은 비금융회사 지분 취득이 금산법에 따라 15%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다양한 비금융서비스를 금융앱에 접목하려고 노력했지만, 단순 제휴 수준에 그치는 건 이 때문이다. 토스나 빅테크는 한국판 ‘그랩’을 꿈꿀 수 있지만 국내 은행은 규제에 걸려 이런 꿈을 사실상 꿀 수 없다. 국내 은행들이 ‘기울어진 운동장’ 즉 빅테크와 금융회사간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는 이유다.

스마트폰 시대에 소비자들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금융회사인지 비금융회사인지 상관하지 않는다. 금융이든 비금융이든 보다 편리하고 나를 알아주는 서비스에 열광할 뿐이다. 많은 서비스 영역에서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Big-Blur) 시대다. 금융당국도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정보기술(IT)기업이나 핀테크에 금융업의 문턱을 낮추었다. 이미 많은 빅테크(대형정보기술기업)가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다. 그런데 전통 금융회사가 밖으로 나가는 문은 여전히 잠겨 있고 규제도 많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면 치우침이 없도록 게임의 룰을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장은 자꾸 한쪽으로만 기울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정당당하고 재미있는 경기는 사라지고 피해는 국민경제와 소비자에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