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아까워"..리허설 끝나자 곳곳서 '줄탄식'

by윤종성 기자
2020.07.12 07:00:01

서울예술단 '잃어버린 얼굴 1895'
개막일 공연 대신 '드레스 리허설'
남은 공연도 취소될까..'노심초사'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 공연 장면(사진=서울예술단).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아깝다, 아까워”

지난 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서울예술단의 대표 창작가무극(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의 드레스 리허설이 끝나자 기립박수와 함께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원래 이날은 ‘잃어버린 얼굴 1895’의 개막일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지난 6일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공연을 올리기 어려워졌고, 부득이하게 8~ 12일 일정을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 개월간 공들여 준비한 공연이지만, 관객과의 만남은 결국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개막을 불과 이틀 남겨놓고 내려진 취소 결정이어서 안타까움은 더 컸다. 이날 서울예술단은 일부 공연 관계자만을 초청해 드레스 리허설을 하는 것으로 개막 공연을 갈음했다. 객석에 띄엄띄엄 앉아 공연을 본 30명 안팎의 공연 관계자들은 “우리끼리만 봐서 너무 속상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스태프와 배우 모두 너무 열심히 준비했는데, 관객들에게 못 보여줘 아깝다”고 아쉬워했다.



이 공연을 기다려 왔던 팬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공연을 올려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2013년 초연 당시 객석 점유율 99.6%를 기록했을 만큼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흥미진진한 스토리, 현대미술 작품을 옮겨놓은 듯한 무대, 오랜 여운을 남기는 음악 등 종합 예술적인 면모를 보여줘 가장 서울예술단다운 작품으로 불린다. 특히 2016년 이후 4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데다, 극강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차지연, 박혜나 두 배우가 명성황후 역에 캐스팅돼 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작품은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은 명성황후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1895년 을미사변의 밤과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 정치적 세력 다툼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여주며,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여성으로서의 명성황후에 주목했다. 명성황후의 잃어버린 사진을 찾아나서는 여정 속에 관객들은 명성황후의 아픔과 슬픔, 고민 등과 마주하게 된다. 명성황후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조선판 잔다르크’와 ‘나라를 망친 악녀’로 극명하게 나뉘지만, 이 작품에서는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비교적 중립적이다.

서울예술단은 12일까지 공연은 취소했지만, 오는 26일까지 예정된 나머지 공연들은 철저한 방역 하에 진행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공연 개막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요즘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수 십명씩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은 조금씩 낮아지는 분위기다. 앞서 국립극단도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드레스 리허설을 끝으로 공연을 진행하지 못했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14일 이후 공연 재개 여부는 정부 지침에 따라 논의한 뒤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공연 장면(사진=서울예술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