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감형, 내일은 상고…정준영, 또 죄송한 척?

by김소정 기자
2020.05.16 00:30:00

반성 이유만으로 상급심서 감형 반복
반성 여부는 법관 자의적 판단에 불과.. 정씨 2016년에도 전력 있어
성폭력상담소 "진지한 반성 드러날 때만 감경요소 반영해야"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만취한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불법으로 촬영·유포한 혐의(특수준강간) 등으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 씨(31)와 최종훈 씨(30)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아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가수 정준영씨가 2019년 3월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윤종구)는 지난 12일 정씨에게 징역 5년 최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 정씨는 징역 6년을, 최씨는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씨의 양형 이유에 대해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노력했지만 현재까지 합의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 자체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2년6개월이나 감형된 최씨에 대해선 “피해자와 합의는 했지만 공소사실을 일절 부인하고 있어 양형 기준의 ‘진지한 반성’으로는 참작할 수 없다”며 “특수준강간 혐의는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징역 5년 이상이고 최저형이 징역 2년6개월인데, 최씨나 가족들의 희망사항을 모두 반영한 양형은 어렵다”라고 했다.

정준영씨 단톡방 (사진=SBS ‘8뉴스’)
정리하면 정씨는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지만 양형 사유 중 하나인 ‘진지한 반성’이 있었고 최씨는 ‘진지한 반성’은 없었으나 피해자와 합의를 했기 때문에 감형혐을 해준 것.

성범죄 양형 기준에서 ‘진지한 반성’은 감경 요소다. 그래서 피고인들이 주로 선택하는 건 ‘반성문’이다. 정씨와 최씨도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들이 반성문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임했는지는 일반인들은 확인할 길이 없다. 참고로 포털사이트에 ‘재판 반성문’만 검색해도 수 십개의 대필업체가 등장한다. 몇 만원만 주면 반성문 구매도 가능하다.

또 합의도 감형의 요소 중 하나다. 정씨와 최씨도 합의를 위해 피해자를 찾았다. 무죄를 주장하면서 말이다. 13일 방송한 SBS ‘본격 연예한밤’에서 피해자측 변호인은 “1심 판결 나자마자부터 전화가 왔다. 그전에는 단 한 번도 사과 또는 이야기가 없었다”며 “끝까지 무죄를 주장하고. 그렇다고 해서 항소심에서 입장이 바뀌었냐? 그렇지 않다. 계속 무죄를 주장했다. 그런데 자기들은 합의해달라고 하고. 이러한 과정이 계속 진행됐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노력 끝에 감형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정씨 측은 항소심 선고 하루 만인 지난 13일 서울고법 형사12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최씨는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도 14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정씨와 최씨는 이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왼쪽부터) 정준영씨, 최종훈씨 (사진=정준영 인스타그램, 최종훈 인스타그램)
정씨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씨 측 변호사는 1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행위 자체(성관계)를 가지고 파렴치하게 다투자는 게 아니다”라며 “1·2심에서 유죄판결이 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법리적 오인 여부를 가려 ‘성폭행범’ 낙인을 없애야 한다”라며 “피해자가 당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였다는 점이 입증됐는지가 (사건의) 핵심이다. 형사재판은 증거로 말해야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1심부터 불법촬영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와는 합의된 성관계라고 주장해왔다.

항소심에서 ‘반성했다’고 한 정씨의 상고 소식이 전해지자 정씨의 ‘진지한 반성’이 정말 진지했는지 의문이 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젠더폭력근절대책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에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한 정준영이 진지한 반성이 있었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라며 “적합한 양형이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해 선고된 1·2심 성폭력 사건 137건의 판결물을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48건(35%)에 ‘피고인의 반성과 뉘우침’이 양형 요소로 등장했다.

하지만 ‘진지한 반성’은 법관들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형식적 기준을 넘어 진지한 반성이 확실히 드러날 때만 감경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양형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누리꾼들도 정씨의 상고 보도에 “재판을 한 번 더 할수록 감형이 되니까 재미들렸구만”(hiyw****), “무려 1년이나 감형해줬는데 정신을 못차렸구나”(ende****), “법원에서는 죄송한 척해도 잘 통하나 보다”(nowe****), “반성하는 척? 죄송한 척?”(viki****), “죄송한 척 한 놈한테 속아서 예전에도 풀어주고 다시 죄송한 척 반성문 쓰는 놈 감형해주고”(dulc****), “형량을 줄여주니까 자꾸 항소를 하지. 항소할수록 죄를 무겁게 다뤄야 항소를 안 하지. 우리나라는 법이 너무 가벼움”(uwoo****), “판결에 불복하면서 합당한 처벌을 받겠다고? 웃기지 마라”(be-s****)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씨는 2016년 전 여자친구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해 피소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기자회견 전 지인에게 “죄송한 척하고 올게”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